부재의 기억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다

by 타자 치는 snoopy

부재의 기억 -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다



6년이 지났다. 가끔 아이들 꿈을 꾼다. 어떤 악몽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진다. 새벽까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본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차가운 주검이 된 팽목항 여울의 울음이 메아리가 되어 우리를 덮쳤다. 6년 전 그날 그 시간은 부재하면서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 존재한다. 아물지 않은 집단적 상처의 기억은 여전히 흉터로 아물기를 거부하고 있다.



몇 번을 포기했는지 모른다. 선거 다음 날, 눈을 질끈 감고 기어이 보기 시작했다. 이승준 감독이 시계(視界)가 탁한 팽목항 바다 밑에서 길어 올린 29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그날의 기억을 증언하고 있었다. 기울어진 선실에 앉은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선실에 가만있으라'라는 선내 방송 지시를 따르고 있던 오전 9시 47분, 세월호 선장 이준석 씨는 해군 경비정 123호를 타고 탈출했다. 그 시간 세월호에 있던 딸(유미지)과 전화 통화를 했던 엄마 유안실 씨는 딸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라고 당부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애를 빨리 나오라고 했어야 하는데, 배의 상황을 몰라서 무조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있으라고,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잘하라고..." 그 사이 청와대 관리는 현장 구조요원들에게 현장 영상을 빨리 보내라고 닦달하다가 배가 가라앉아 물 위로 뱃머리만 조금 남아 있던 오전 10시 35분 다시 전화를 걸어 배가 가라앉기 전에 '진작 좀 헬기가 (배에) 내려서 그림이 됐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명구조작업 상황은 묻지도 않고 (방송 등에 내보낼) 구조하는 화면을 못 잡은 게 큰일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세월호 사고가 필연적 비극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수식이나 해설도 없이 흘러가는 29분 안에 세월호의 상처가 고스란히 응축돼 있다. 그날의 기억이 우리에게 질문한다. 아이들을 살리지 못한 후회는 왜 가족들만의 몫이어야 하는가?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때 대통령 후보였던 국회의원 당선자는 세월호 6주기인 4월 16일 당선사례 소감에서 '세월호는 해난사고에 불과한 것인데 관련 경찰과 공무원 처벌하고 억울한 학생들 위령비 세우고 학교 지원하고 끝났어야 할 일인데... 근데 그걸로 수사하고 재판하고, 또 특검하고, 특조하고 그건 좀 과도하다. 아직도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은 참 나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꺾여버린 어린 생명들에게 남아 있는 우리들이 해줘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절대로, '못다 핀 채로 져버린 것들을 잊지 않겠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 (04:30 -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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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영화 <부재의 기억>은 2020년 아카데미 단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석권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성과.


2) 이승준 감독은 영화 <부재의 기억>을 유튜브에 공개 중이다.


https://youtu.be/Mrgpv-JgH9M




* 홍준표 당선자의 4월 16일 당선사례 연설 기사 :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37520.html



** '못다 핀 채로 져버린 것들을 잊지 않겠다'

: PAPER 2014년 5월호 '깊은 숲에 깃들다' 中 발췌, 정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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