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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드헨 Oct 11. 2024

대기업 개발자 3년차, 아나운서 공부를 시작하다.

취업 지옥에서 해방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지루하고 지루한 출퇴근을 반복하는 일상에서

내가 찾은 돌파구는 나의 꿈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방송부 아나운서를 거쳐

대학교에 가서도 방송부 아나운서를 하며

오디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도, 축제MC를 보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 속으론 언젠가 아나운서가 되어야지 라는 막연한 꿈을 키웠다.

당시 아나운서라는 꿈을 가진 사람들은

학원에 등록하여 본인의 꿈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우리집 사정 상 학원을 가고싶다는 말조차 못하는,

일찍 철이 들어버린 나는

그렇게 꿈을 '언젠간'으로 미뤘다.


어쩌면 운이 좋게도 

그런 설레이는 꿈과는 전혀 다른

나의 전공은 컴퓨터공학이었고,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시절이었기에

문과보다는 비교적 쉽게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다.


대기업이라는 타이틀과 회사생활에 파묻혀

나의 꿈은 잊혀져갔지만 직장인 3년차,

25살이 되자 스멀스멀 꿈이 고개를 들었다.

아나운서는 나이가 중요하다는데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몇백씩 하는 아나운서 학원비는

대기업을 다녀도 부담스러운 금액이었고

블로그에서 소수 정예 레슨을 하는 현직 케이블 아나운서를 찾았다.

그렇게 주말마다 계속된 몇 달 간의 레슨 이후,

아나운서 지원에 필요한 프로필 사진도 찍었지만

나는 결국 아나운서 지원서를 하나도 넣지 않았다.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꿈보다 계산기를 먼저 두드렸다.

아나운서 카메라 테스트에 갈 때마다 받는

메이크업 비용, 의상 대여 비용, 교통비 등을 두드렸고

케이블 아나운서로 합격을 한다해도

대기업 직장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월급과 대우를 예상하며

나는 아나운서 지원을 하나도 넣지 않은 것이다.

아나운서로 첫 교내 방송을 했을 때

"바로 이게 내 적성이야"라고 느꼈던 짜릿함보다

당장 내 통장에 찍히는 돈 몇 푼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아무일 없다는 듯

쳇바퀴 도는 회사 생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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