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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드 May 12. 2019

프로 축구 선수가 돈 한 푼도 안 받고 경기 뛰는 사연

우간다 프로축구리그의 유일한 아시아 용병


Osamba omupiira bulungi nyo nyo nyo nyo!


경기가 끝나자 축구장을 에워싸고 있던 현지 팬들이 우르르 한 사람에게 달려왔다. 교체 출전한 그였지만 이곳에서의 인기는 팀 내 최고였다. 그가 볼터치를 할 때마다 환호가 터져 나왔고, 상대 팀이 그에게 파울이라도 하면 관중들은 일제히 화를 냈다. 경기가 끝나자 경기장에서 유일하게 밝은 색 피부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로 사람이 몰렸다. '너 축구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잘한다'는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우간다 프리미어리그 Jinja SSS 팀에서 프로 선수로 뛰고 있는 일본 용병 '마사타카'의 이야기다.

벤치에서 대기 중인 마사. 누가 봐도 일본인인 사람 한 명이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이름이 코치에 의해 호명됐을 때 경기장은 술렁였다(2019.05)



김널드: 팬들이 정말 많네요. 공을 잘 찬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팬이 이렇게 많은 축구 선수도 잘 보기 힘들 것 같아요.

마사: 유일한 외국인이라 여기 사람들이 신기한가 봐요. 끝나면 사진도 찍고 루간다(우간다 공식 언어 중 하나)로 말을 막 걸어 오기도 해요.

김널드: 경기 초청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우간다 프로 축구(Uganda Premier League)도 구경하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간단한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사: 안녕하세요. 저는 JICA 교육 단원으로 우간다에 있는 마사타카라고 합니다. Jinja SSS(Jinja Senior Secondary School)에서 학생들 체육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리고 현재는 UPL의 Jinja SSS 팀에서 프로 축구 선수로도 뛰고 있습니다.

김널드: 일단 궁금한 게 굉장히 많은데 어떻게 우간다 프로 축구팀에서 뛰게 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해요.

마사: 지금 저희 팀 코치가 저를 스카우트했어요. 이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운동장에서 축구를 좀 하다가 기회가 닿아서 Jinja SSS 프로 팀과 친선 경기에서 뛰게 되었는데, 그때 코치가 절 보고 스카우트 제의를 한 거죠.


UPL은 총 16개 팀이 있다. 프로스포츠는 대기업의 스폰서십으로 이루어진다는 인식에 익숙하다 보니, 학교가 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곳은 우간다다. -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를 클릭


김널드: UPL에서 뛰기 전에 축구 선수 생활을 계속했었나요?

마사: 저는 일본에서 중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고(Academy team), 대학에 입학해서는 학교 대표팀으로 뛰었어요. 일본에서 프로 축구 경력이 있거나 그렇진 않아요(*일본 축구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아마 우리나라로 따지면 U리그 정도에서 꾸준히 대학교 팀으로 축구를 하지 않았나 추정해본다)

김널드: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처음 경험해 보는 축구였겠네요. 처음 경기 뛰었을 때가 궁금해요. 느낌이 어땠나요?

마사: 신체 조건이 좋아서 그런지 스피드도 빠르고 힘도 좋아서 놀랐던 것 같아요, 제가 아카데미 팀이나 대학교 팀에 있을 때는 주로 짧은 패스를 위주로 풀어가고 팀 전술에 의존했어요. 그런데 여기는 자신들의 신체 능력으로 승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처음엔 놀랐어요. 몸싸움 말고도 파울도 거친 편이고 손을 많이 쓰더라고요. 몸싸움에서 손 말고, 정말 핸드볼 할 때처럼 손이요. 하하. 흔치는 않지만 고의적인 핸들인데 주심이 못 보고 넘어가는 경우도 좀 있었어요.


결국 가장 궁금한 건 돈 아니겠는가. 프로 축구 선수로서 수익이 어떻게 되는지. 몹시 궁금했다.


김널드: 오, 신기하네요. 근데 저희 코이카 같은 경우에는 단원이 임지에서 수익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자이카는 좀 다른가 봐요?

마사: 맞아요. 저희도 똑같이 봉사 활동 이외에 영리 목적의 일을 해서는 안 돼요.

김널드: 그런데 프로 축구 리그 선수라면 축구로 돈을 번다는 건데요? 자이카가 그걸 특별히 허락한 건가요?

마사: 사실 맨 처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때 자이카에서는 반대했어요. 제가 원래 우간다에 온 목적은 Jinja SSS 학생들에게 체육을 가르쳐주는 것이니까요. 자이카에서 혹시나 주객이 전도될까 우려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리고 수익이 나온다는 점도 문제가 됐죠. 제가 구단 측과 자이카 측에 양해를 구했어요. 프로 팀에서 뛰어보고 싶었거든요.

김널드: 어떤 식으로 양해를 구했나요?

마사: 일단 저희 팀에는 프로 선수로 등록을 하더라도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죠(사실 이 부분은 구단 측에서 너무나 좋아했을 이야기였겠지만). 제가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했고, 그들도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교에서 해야 할 수업 시간이 침해되는 스케줄의 경기는 뛸 수 없다는 사항에도 구단이 허락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너무 먼 원정길에는 같이 동행하지 않아요. 그리고 팀 훈련도 일주일에 네 번 정도만 참여해요. 이렇게 구단과의 협의를 하니 자이카에서도 허락을 해주더라고요.

김널드: 그럼 한 마디로, 프로 축구 선수이긴 한데, 돈을 한 푼도 안 받는다는 거네요? 전 세계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하하.

마사: 그런 셈이죠. 그래도 여기서 뛸 수 있어서 즐거워요.


김널드: 혹시 그럼 우간다 프로 축구 선수들 수입이 어느 정도 되는지 대략적으로 아나요?

마사: 개개인 선수들의 연봉을 제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해요. 뭐 어느 나라에 가든 프로 스포츠가 다 그렇겠지만 잘하는 선수는 많은 돈을 벌잖아요. 제가 알기론 프로 리그에서 뛰는 선수의 최소 월급이 40만 실링(한화 약 12만 원)이에요. 그런데 연봉이 높은 선수는 돈을 꽤 많이 버는 것 같아요. 차도 있고, 스마트폰도 여러 대 쓰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

*40만 실링은 보통 우간다의 학교 교사와 비슷한 월급이다.

**K리그 최저 연봉은 2013년 2000만 원 이후 변화가 없다. 그전까지는 1200만 원이었다.


김널드: 프로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적은 있나요?

마사: 친선 경기에서는 골을 넣어 봤지만, 프로 경기에서는 아직 없네요.

마사의 극성 팬이 사진 촬영에 난입했다. 자이카 단원들이 마사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다같이 보러 왔는데 나도 껴서 같이 봤다(2019.05)



UPL에서 '유일'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많은 마사타카. 유일하게 돈 안 받고 뛰는 선수이자, 유일하게 아시아 용병 선수인 마사가 더 멋진 활약으로 우간다 팬들을 열광시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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