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프로축구리그의 유일한 아시아 용병
Osamba omupiira bulungi nyo nyo nyo nyo!
경기가 끝나자 축구장을 에워싸고 있던 현지 팬들이 우르르 한 사람에게 달려왔다. 교체 출전한 그였지만 이곳에서의 인기는 팀 내 최고였다. 그가 볼터치를 할 때마다 환호가 터져 나왔고, 상대 팀이 그에게 파울이라도 하면 관중들은 일제히 화를 냈다. 경기가 끝나자 경기장에서 유일하게 밝은 색 피부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로 사람이 몰렸다. '너 축구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잘한다'는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우간다 프리미어리그 Jinja SSS 팀에서 프로 선수로 뛰고 있는 일본 용병 '마사타카'의 이야기다.
김널드: 팬들이 정말 많네요. 공을 잘 찬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팬이 이렇게 많은 축구 선수도 잘 보기 힘들 것 같아요.
마사: 유일한 외국인이라 여기 사람들이 신기한가 봐요. 끝나면 사진도 찍고 루간다(우간다 공식 언어 중 하나)로 말을 막 걸어 오기도 해요.
김널드: 경기 초청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우간다 프로 축구(Uganda Premier League)도 구경하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간단한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사: 안녕하세요. 저는 JICA 교육 단원으로 우간다에 있는 마사타카라고 합니다. Jinja SSS(Jinja Senior Secondary School)에서 학생들 체육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리고 현재는 UPL의 Jinja SSS 팀에서 프로 축구 선수로도 뛰고 있습니다.
김널드: 일단 궁금한 게 굉장히 많은데 어떻게 우간다 프로 축구팀에서 뛰게 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해요.
마사: 지금 저희 팀 코치가 저를 스카우트했어요. 이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운동장에서 축구를 좀 하다가 기회가 닿아서 Jinja SSS 프로 팀과 친선 경기에서 뛰게 되었는데, 그때 코치가 절 보고 스카우트 제의를 한 거죠.
UPL은 총 16개 팀이 있다. 프로스포츠는 대기업의 스폰서십으로 이루어진다는 인식에 익숙하다 보니, 학교가 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곳은 우간다다. -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를 클릭
김널드: UPL에서 뛰기 전에 축구 선수 생활을 계속했었나요?
마사: 저는 일본에서 중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고(Academy team), 대학에 입학해서는 학교 대표팀으로 뛰었어요. 일본에서 프로 축구 경력이 있거나 그렇진 않아요(*일본 축구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아마 우리나라로 따지면 U리그 정도에서 꾸준히 대학교 팀으로 축구를 하지 않았나 추정해본다)
김널드: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처음 경험해 보는 축구였겠네요. 처음 경기 뛰었을 때가 궁금해요. 느낌이 어땠나요?
마사: 신체 조건이 좋아서 그런지 스피드도 빠르고 힘도 좋아서 놀랐던 것 같아요, 제가 아카데미 팀이나 대학교 팀에 있을 때는 주로 짧은 패스를 위주로 풀어가고 팀 전술에 의존했어요. 그런데 여기는 자신들의 신체 능력으로 승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처음엔 놀랐어요. 몸싸움 말고도 파울도 거친 편이고 손을 많이 쓰더라고요. 몸싸움에서 손 말고, 정말 핸드볼 할 때처럼 손이요. 하하. 흔치는 않지만 고의적인 핸들인데 주심이 못 보고 넘어가는 경우도 좀 있었어요.
결국 가장 궁금한 건 돈 아니겠는가. 프로 축구 선수로서 수익이 어떻게 되는지. 몹시 궁금했다.
김널드: 오, 신기하네요. 근데 저희 코이카 같은 경우에는 단원이 임지에서 수익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자이카는 좀 다른가 봐요?
마사: 맞아요. 저희도 똑같이 봉사 활동 이외에 영리 목적의 일을 해서는 안 돼요.
김널드: 그런데 프로 축구 리그 선수라면 축구로 돈을 번다는 건데요? 자이카가 그걸 특별히 허락한 건가요?
마사: 사실 맨 처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때 자이카에서는 반대했어요. 제가 원래 우간다에 온 목적은 Jinja SSS 학생들에게 체육을 가르쳐주는 것이니까요. 자이카에서 혹시나 주객이 전도될까 우려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리고 수익이 나온다는 점도 문제가 됐죠. 제가 구단 측과 자이카 측에 양해를 구했어요. 프로 팀에서 뛰어보고 싶었거든요.
김널드: 어떤 식으로 양해를 구했나요?
마사: 일단 저희 팀에는 프로 선수로 등록을 하더라도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죠(사실 이 부분은 구단 측에서 너무나 좋아했을 이야기였겠지만). 제가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했고, 그들도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교에서 해야 할 수업 시간이 침해되는 스케줄의 경기는 뛸 수 없다는 사항에도 구단이 허락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너무 먼 원정길에는 같이 동행하지 않아요. 그리고 팀 훈련도 일주일에 네 번 정도만 참여해요. 이렇게 구단과의 협의를 하니 자이카에서도 허락을 해주더라고요.
김널드: 그럼 한 마디로, 프로 축구 선수이긴 한데, 돈을 한 푼도 안 받는다는 거네요? 전 세계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하하.
마사: 그런 셈이죠. 그래도 여기서 뛸 수 있어서 즐거워요.
김널드: 혹시 그럼 우간다 프로 축구 선수들 수입이 어느 정도 되는지 대략적으로 아나요?
마사: 개개인 선수들의 연봉을 제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해요. 뭐 어느 나라에 가든 프로 스포츠가 다 그렇겠지만 잘하는 선수는 많은 돈을 벌잖아요. 제가 알기론 프로 리그에서 뛰는 선수의 최소 월급이 40만 실링(한화 약 12만 원)이에요. 그런데 연봉이 높은 선수는 돈을 꽤 많이 버는 것 같아요. 차도 있고, 스마트폰도 여러 대 쓰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
*40만 실링은 보통 우간다의 학교 교사와 비슷한 월급이다.
**K리그 최저 연봉은 2013년 2000만 원 이후 변화가 없다. 그전까지는 1200만 원이었다.
김널드: 프로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적은 있나요?
마사: 친선 경기에서는 골을 넣어 봤지만, 프로 경기에서는 아직 없네요.
UPL에서 '유일'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많은 마사타카. 유일하게 돈 안 받고 뛰는 선수이자, 유일하게 아시아 용병 선수인 마사가 더 멋진 활약으로 우간다 팬들을 열광시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