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지 않아도 좋은 우리 회사
나는 우리 회사가 정말 좋다. 페이스북에 회사 자랑글을 하도 올려 '너 요즘 잘 사나 보다!'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을 만큼 좋다.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럼! 우리 회사 오면 나처럼 잘살 수 있는데, 주위에 괜찮은 개발자 혹시 없어?' 물어볼 만큼 좋다. 일 재밌고, 사람 좋고, 처우 괜찮고, 야근 없는 우리 회사. 이 좋은 회사에서 나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에 편한 회사는 없다.
솔직히 조금 기대했다. 이직에 성공했으니 이제는 회사생활이 좀 편해지겠지. 전직장에서 말도 안 되게 쏟아지는 업무를 쳐내며 고통받던 짬이 있으니 웬만해선 내 앞에는 상대적 꽃길만 펼쳐져 있겠지. 물론 정시퇴근이 이상 아닌 일상이 되고 말 잘 통하는 팀원들과 일하니 삶의 질은 급상승했다. 유일한,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묵직한 스트레스만 내 안락한 삶에 발목을 잡는다. 일이 어렵다는 것.
누구라도 한번쯤 들어봤지만 웬만해선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기술이 있다. 그걸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풀어내는 게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다. 잘만 하면 문과생과 이과생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하나를 놓아볼 수도 있는 일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건 내가 잘하는 일 아니냐며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솟아나던 때도 있었지만... 혹시나 했던 그 자신감은 역시나, 아는 게 없으니 무식해서 용감한 거였다. 조금씩 지식이 쌓이고 빙산의 일각이 보일수록 저 밑엔 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게 있는 건가 한숨이 나온다.
재밌는데 편하진 않다.
내가 선택한 재미엔 빠질 수 없는 불편함이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업무, 옷깃만 스쳐도 짜증 나는 팀장, 고생에 보상이 안 되는 급여.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내 예전 직장들은 지금 떠올려도 몸서리쳐진다. 그런데 그중 해당사항이 아무것도 없는 이 좋은 회사에서도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일이 한결 수월한 회사에 갔다면 정말 편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그것도 아닐 걸. 일에서 굳이 보람을 찾는 내 성격상 스스로 발전하는 걸 느끼지 못하면 매일같이 '이렇게 살아도 괜찮나' 걱정했을 거다.
결국 세상에 편한 회사는 없다. 스트레스는 어느 회사에서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민을 많이 하고 회사를 선택한다면, 내가 버틸 수 있는 불편함이 있는 곳을 고를 수 있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나만 잘하면 된다. 그게 제일 어려운 거지만!
* 매주 수요일, 취향 가득 담긴 제 글을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매일매일 읽을거리]도 소소하게 운영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