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스타를 닮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7. 집에서 52km, 송도 달빛축제공원

by 여름

밤하늘, 고개를 들면 수많은 별 중에서도 시선을 붙잡는 밝은 별이 있다. 유명하다고 모두 그렇게 빛나는 게 아니다. 반짝이는 사람들을 스타라고 부르는 건 새삼 어울리는 표현이다.


스타 중 스타는 역시 록 스타다. 힘이 넘치는 드럼, 리듬의 질서를 잡는 베이스, 화려한 기타 리프, 그 위에 모두의 함성을 이끄는 보컬까지. 록은 죽지 않는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붙이는 그 빛은 별에 비유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들은 크게 두 종류로 반짝인다. 유성처럼 모두의 눈을 멀게 할 만큼 밝게 빛났다 사라지거나, 항성처럼 제 자리를 지키며 오랫동안 빛나거나.


11번째 앨범을 낸 록 밴드 자우림은 나날이 빛이 강해지는 별이다.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을 25년째 가꾸는 모습은 감탄을 넘어 경이롭다. 그들의 역사에 비해 내가 좋아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들이 1997년 첫 앨범을 냈을 땐 너무 어렸고, 2000년대에는 체리필터에 미쳐 제대로 들을 겨를이 없었다. 밝고 신나고, 탄산 같은 음악만 찾던 나에게 자우림은 묵직하고 우울한 느낌이었다. 노래방에서 ‘매직 카펫 라이드'나 ‘일탈', ‘헤이헤이헤이’, ‘팬이야'를 부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한 건 2013년, 9집 정규 앨범에 실린 ‘스물다섯, 스물하나'부터였다. 언제나 밝고 힘차게 세상과 싸울 순 없다는 걸 알 때쯤에야 자우림이 좋아졌다. 내년이면 스물다섯 살이 될 참이라 그 노래는 더욱 특별했다.


스물다섯 살이 지나고 들으면 어떨까, 마음의 숙제로 두었던 감상을 제대로 한 건 2018년 단독 콘서트에서였다. 워낙 유명한 밴드니까 콘서트에 가 보면 재밌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제법 비싼 티켓을 끊었다. 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라며 미적지근하게 앉아있기 민망하게 콘서트에 나온 26곡 대부분을 흥얼거릴 수 있었다. 스트리밍으로 듣는 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울림이 있어 놀랐다. 사실 가장 놀랐던 건 74년생 김윤아의 선명한 복근이었다.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저기서 나오는구나, 저 선명한 일자 복근에서.


그렇게 스트리밍을 넘어 콘서트로 록 스피릿에 입문할 무렵 코로나가 세상을 덮쳤다. 심심하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이었던 2년이 겨우겨우 지나갔다. 콘서트를 여는 게 불법이었던 시절은 이제 역사가 되었고, 록은 이번에도 죽지 않았다. 얼마 전 열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선 자우림은 무서우리만치 빛이 났다. 특히 김윤아, 그가 노래를 잘하는 건 너무 당연해서 말할 필요도 없고, 온몸으로 전하는 감정에 모든 관객이 압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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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고 실력이 사라지거나 청춘이 떠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불안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청춘의 빛을 선명히 구현할 수 있었다. 김윤아의 화려한 의상 너머에는 분명 여전히 복근이 있었을 것이다. 25년 차 밴드인 그들이 수줍게 말했다. 11번째 앨범을 냈다고, 앞으로도 꾸준히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눈이 부셨다. 그들은 언제 이렇게 거대한 별이 된 걸까?


한여름 페스티벌이 가져온 근육통과 거뭇한 피부, 기미는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 공연에서 자우림이 뿜어내던 빛은 내 마음 어딘가에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일주일에 한 편씩 계속 써온 에세이 연재를 잠시 멈추었다. 글을 계속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유명해져서 좋은 기회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성과도 없이 하던 걸 하던 대로 계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였다. 3년이면 충분히 오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우림의 25년 앞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내가 자우림처럼 위대한 업적을 쌓는 건 힘들겠지만, 김윤아처럼 복근을 만드는 것조차 엄두 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닮을 수 있는 게 딱 한 가지 있다. 멈추지 않는 것. 오래 계속하는 것. 3년이면 충분하지 않고 25년은 하는 것. 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지치지 않고 계속하는 게 그들이 가르쳐 준 록 스피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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