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볼 수 있을 거야

#6. 집에서 33km, 아웃렛

by 여름

이건 비밀인데, 나는 거절을 잘하지 못한다. 정확하게는 친절한 사람, 듣기 좋은 말 하는 사람의 권유에 약하다. 그래서 옷 살 때가 제일 힘들다. “너무 잘 어울려요!” 같은 말에 으레 넘어가고, 집에 돌아와 후회하고, 몇 년 장롱에 묵혀 두었다 헌옷수거함에 버리기 일쑤다. 다음에 다시 온다는 한마디를 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번에도 그럴 뻔했다.


“세상에, 이거 딱 고객님 옷이다. 딱 한 벌 남았는데 주인 만나려고 남았나 봐요~!”


좋은 날에 입을 수 있는 옷을 사러 간 자리였다. 조금 애~매한데. 평소에 안 입던 스타일의 옷이라 그런가?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울 만큼 직원이 끝도 없이 칭찬을 이어나가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래도 이번엔 한 달 점심값에 준하는 비싼 옷, 번쩍 눈을 떠야 했다. 동행한 최측근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발견하고서야 조금 더 둘러보고 온다는 말을 겨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옆 매장에서 다른 옷을 입어보았다. 이전에 봤던 옷보다도 비싸서 입는 것조차 망설여졌는데 용기를 냈다. 거울 앞에 서자 이번에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거 딱 내 옷이구나. 돈을 더 줘도 이걸 사야 하는구나. 이만큼 어울리는 옷을 또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 바로 샀다.


듣기 좋은 말에 잘 휘둘리는 건 확신이 없어서다. 내 결정이 옳은지 나도 확신할 수 없을 때. 옷을 잘못 사는 것처럼 돈을 날리는 건 차라리 낫다. 내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중요한 기회를 놓칠까 전전긍긍할 때가 많다.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흘러가는 대로 결정해버린 일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 알았다. 진짜 좋은 건 내가 알아본다. 엄청난 확신이 생길 거라 놓칠 수가 없을 거다.


내 것인 기회는 내가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거절할 용기도, 걱정을 내려둘 여유도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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