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양 제주일기
결혼식을 마치고 제주에 왔다.
내가 서울에서 뭘 하고 온건지 실감이 잘 안났다.
조용한 우리 둘 만의 공간,
찾아올 사람도 가야 하는 곳도 없는 곳으로 돌아왔다.
결혼 준비하러 서울 갈 때마다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계속 누군가를 만나고 있거나 뭔가 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부모님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서 좋았다. (간만에 자식노릇한 기분)
제주에 오자마자 작은 신혼여행을 했다.
새로나온 책을 이곳저곳 배달하느라
핑계김에 바다도 보고 카페도 가고 데이트 했는데
생각해보니 좀 신혼여행 같아서 '미니 신행'이라고 이름붙였다.
데이트하러, 기분전환하러 자주 가던 애월 고내리 바닷가.
바다가 무척 예쁘고 마을이 조용한 편이라 좋아한다.
처음엔 짝궁 혼자, 나중엔 둘이 늘 함께 가는
무인카페 <산책>이 이 곳에 있다.
짝궁은 자기 책을 한 권씩 이 곳에 기증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와 책을 내면 꼭 여기 가져오고 싶었다고.
책에 편지를 쓰고 둘이 사인을 남겼다.
8년째 이 곳을 운영하는 지기님에게 고마움을 담아.
다음 행선지는 카페 <오드리>
역시 우리 부부의 최애 카페 중 하나다.
한림읍 금악리에 있다.
가깝지 않아 아주 자주는 못가도
서쪽으로 갈 때 꼭 가려고 노력하는 곳.
짝궁의 꽃말엽서 옆에
우리의 책이 예쁘게 놓여져 있다.
이런저런 소식을 나누고 맛있는 케익을 대접받았다.
마지막은 동네투어로.
사실 몇군데 더 갔는데 사진이 없다. 하하.
옆동네에 예쁜 찻집이 생겨 자주 간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정갈하게 찻상을 내어주는 집.
무엇보다 양갱이... 정말 맛있다.
오랜만에 신랑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긴장이 풀린 나는
감기에 옴팡걸려 일주일을 드러누웠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