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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Apr 27. 2019

[제주일기] 비온 뒤 맑음

헤이즐의 잡설


4월 제주에는 '고사리장마'라는 비가 내린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고사리가 쑥쑥 자란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중산간 도로에 갑자기 정차된 차들이 있다면

열에 아홉은 고사리 따러 온 차다.


제주 고사리는 맛좋기로 유명하다.

봄에 딴 고사리를 삶았다 말리기를 반복하면

한겨울까지도 먹을 수 있다.


제주사람 제삿상에는 빠지지 않는 것이 고사리나물이다.

여러번 잘라도 쑥쑥 자라는 고사리처럼

강하게 살아남으라는 바람일까.


세차게 비가 내린 날 오후

취재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하늘은 참 고왔다.


새별오름
새별오름 맞은편


바람이 한바탕 불며 미세먼지도 걷어가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파도를 친다.


새별오름을 중턱까지 걷다가

바람이 너무 거세어져서 내려왔다.


그냥 내려오기 아쉬워 만든 짤. 그림은 남편이 그렸다. (feat. 국가대표)


지겹다 버겁다 하다가도

이런 날씨를 만나면, 이런 하늘을 만나면

'아 그래 제주는 이 맛이지'하고 

현실의 고단함을 잊어버린다.

날씨가 좋아서 서글픈 적은 없다.


인생동지


대신 타향살이라는 외로움이 사무칠 때는 있다.

자잘한 것들이 쌓여 스트레스가 터지면

이유와 상관없이 '내가 제주에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서울은 애초에 회색도시라는 생각이 있어서였을까

고단하고 힘들어도 서울살이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여겼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서울에는 부모님도 계시고 친구들도 있으니

아무리 버거워도 기댈 언덕이 있었던 것이다.


제주살이를 하며 우리 부부는 서로밖에 기댈 곳이 없다.

그러다보니 더 끈끈한 동지애가 있지만

가끔은 이 넓고 아름다운 제주땅에 

기댈 곳이 서로밖에 없구나, 하는 서글픔도 밀려온다.


어쩌겠나, 일단은 빛나는 제주의 봄을 즐겨야지.

잠시라도 현실도피 하게 만들어주는 바다와 오름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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