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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Apr 30. 2019

[제주일기] 동백동산 탐험

헤이즐의 잡설

동백동산 곶자왈


남편은 '탐험'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바위를 기어오르거나 잘 모르는 숲 속을 다니며

새로운 것을 보고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한다.


자취할 때 집 근처 건천에 아기고양이가 울고 있는 소리를 듣고

1시간 넘게 건천을 헤매 사료를 주고 왔다.

말이 건천이지 용암석 천지라서

등이 땀으로 흥건해졌다고 한다.


브랜든 스타크도 아니고 왜 자꾸 바위를 기어오르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르는 것, 안해본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또 거침없이 달려드는 뒷모습을 볼 때 참 신기하다.

그리고 성공했을때의 뿌듯한 얼굴을 보는 기쁨은 나의 것!


내가 저런 사람과 살고 있다니.

(나와 너무 달라서 놀라움)


아무튼, 촬영 답사를 할 겸 동백동산(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선흘곶자왈)에 다녀왔는데

평소의 산책보다 조금 더 숲을 들여다봤기 때문에

'탐험'이라는 말을 붙여보았다.


동백동산 입구
선흘1리 마을에서 만든 입체 마을지도
탐방코스, 생각보다 길다


우리는 입구에서 오른쪽, 먼물깍 방향으로 들어가다가 돌아나왔다.

탐방로를 한바퀴 다 돌려면 5킬로미터 정도 된다.

숯가마터까지 보고왔으니 꽤 다녀온 셈이다.

(더 갔으면 먼물깍이었네. 헐)



촬영장소 고르는 매의 눈
그 와중에 작품도 찍고
곶자왈하면 양치식물
바쁜 이작가
낙엽 위에 떨어진 동백꽃들


초입에는 낙엽이 참 많이 쌓여있었다.

그 위에 떨어진 동백꽃 송이들이 가만히 있다.

사람들이 밟지 않아 떨어진 그대로 시들어 가고 있었다.


동백나무가 숲 속에 많아서 동백동산으로 이름붙여진 선흘 곶자왈.


뭔가 나올 것 같은 길목
지반이 얕아 나무 뿌리가 깊게 들어가지 못한다


곶자왈은 제주 중산간(200~400m)지대에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다.

용암석이 흘러내려 있는 지반 위에 나무와 덩굴과 풀, 꽃들이 어지럽게 피어있다.

지반이 얕다보니 나무 뿌리는 땅 속으로 깊게 뿌리내리지 못하다보니

태풍이 오면 뿌리채 뽑힌 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용암석 덕분에 공기가 잘 통하고 

비가 오면 물이 잘 빠져 제주의 맑은 지하수를 만든다.

돌구멍(숨골, 풍혈) 사이로 뿜어지는 습기는

겨울에는 숲 바깥보다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공교롭게도 제주에 골프장은 대부분 중산간에 있다.

비가 와도 물이 잘 빠지니 어지간한 폭우가 아니면 손님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곶자왈 지대가 엄청나게 파괴되었다.


곶자왈 도립공원 주변에 영어교육도시가 개발되고

신화월드가 개발되고 하면서 대정읍 일대의 하수 문제는 심각해졌다.


곶자왈 보전 없이는 제주의 물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하늘이 예뻤던 날
동백동산 방문자센터에서 받은 소식지, 뱃지는 구매한 것


방문자센터에 가면 다양한 굿즈를 팔고 있다.

선흘1리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 같다.

우리는 제주도룡뇽과 제주고사리삼 뱃지를 샀다. 한 개에 5천원.


'동백동산 숲편지'라는 소식지도 준다. 무료인데 마을 어린이들이 취재해서 만든다고 한다.

마을 여성들이 곶자왈에 있는 식물들을 세밀화로 그려 드로잉북도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을의 이야기들을 이렇게 쌓다보면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잘 보존된 동백동산만큼 소중해보였다.


제주 곶자왈이 궁금하다면 가볼만한 곳이다.

마을분들이 해설도 해주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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