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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Feb 17. 2021

왜 육아일기를 못썼냐면요

육아일기, 과연 시작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너굴양입니다.

어쩐지...공지 느낌으로 글을 시작하게 되네요.


브런치가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브런치를 통해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고,

꾸준히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그동안 써놓은 글들이 읽히고 있습니다.


간간히 통계를 보며 '너굴양 임신일기'가 많이 읽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 

글랭킹을 찾아봤더니 과연 그렇네요.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 가운데 절반이 임신 관련 글입니다. 


아기 낳고 16개월이 되었는데, 그간 육아일기라고 제대로 쓴 글이 하나도 없는거 보면

역시 임신기간(첫째)에는 끄적일 정신이라도 있었구나 싶습니다.

임신도 물론 힘든 일인데 글을 써낸 제가 기특하면서도

도대체 육아는 뭐길래 이렇게 글 한 줄 못쓰게 사람 정신을 빼놓나 싶네요.

(몸도 힘들긴 하지만 정신이 더 힘들어지는 중)


임신했을 때, 선배 엄마들이 '나오면 다시 넣고 싶을 것'이라 했던 말이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었다는 것도요. 


정작 낳고 보니 임신한 나와 태중에 있는 아기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공부했는데

그 이후는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더라고요.


아기 백일이 지나고 체력을 회복하면서는 그림일기도 그리고 의욕적이었는데

6개월쯤부터 일을 시작하고 아기가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아기가 통잠을 자건말건 작업이나 글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너무 없었습니다.

쓰고 그린다는 건 몸과 머리에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그때 느꼈네요.

우유 마시면서 걸어다니지마! ㅜㅜ


아기를 보며 설거지는 할 수 있지만 책은 읽을 수 없고, 글 한 줄을 다듬을 정신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은 꾸역꾸역 했습니다만...

심지어 남편과 함께 육아를 하고 있는 상태였는데도 무리였습니다.

자기 전에 아기 사진과 영상을 보며 페이스북에 조금씩 쓴 게 전부에요.


아기가 돌이 지나고 저도 한번 체력이 바닥을 쳤고요,

코로나가 너무 기승을 부려 카페도 못가던 연말연시에는...아기 재우고 밤늦게까지 일을 했는데...

너무 괴로웠어요. 24시간 계속 출근해있는 느낌? 철야가 끝났는데 집에 못가는 느낌?

책상에 앉아있는데 내일 뭐 먹이지 장 뭐 봐야하지 이런 생각만 맴돌고.


다시 카페에 나올 수 있게 되면서 오전/오후 전담 육아 시간도 부활하고 조금 나아졌어요.

조용히 혼자 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이렇게 절실할줄 몰랐습니다.

공간을 분리하면 생각도 분리되어 일에 집중도 잘 되고요.

이마저도 부부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거라 생각합니다.


양가 부모님들 다 바쁘시고 저희 둘이 하겠다는 원칙이 있었어요.

곧 어린이집에 가면 둘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생기겠지요.

(여러 변수가 있지만 그래도 지금 보단 나아지겠...죠?)


엄마가 되고 느낀 여러 감정들과 생각들,

부부가 함께 육아하며 이리저리 부대끼고 적응한 이야기들

천천히 풀어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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