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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코치 Aug 22. 2018

학습코칭이라는 신대륙을 찾아서

현재 진행형인 학습코칭의 본질 찾기

밥벌이. 꿈. 알다가도 모를. 해외여행. 경이로움. 커피.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싶으신가요? 이 단어들은 저에게 '학습코칭'과 동의어 또는 유의어쯤 되는 단어들입니다. 요즘 교육계에서 소위 '핫'한 단어, 어쩐지 근사하게도 들리지만 또 뭐 별다른 게 있겠어 싶어 지는 단어, 누구나 쓰지만 누구도 똑 부러지게 말하기 어려운 단어, 학습코칭. 여러분에게 학습코칭이란 무엇인가요?



학습코칭이라는 신대륙을 알게 되다


여기서 잠깐 제 개인사를 말해보자면, 전 학창 시절에 제법 공부깨나 한다는 학생이었습니다. 1등급 안에 들어가야 한단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죠. 왜냐면 그건 너무 당연한 거고 0.1% 안에 들어가야 서울대를 가니까요. 하하하!


하지만 잘난 척도 여기까지. 0.1% 안에 못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그럭저럭 공부를 잘해도 돈이 없었습니다. 이름 대면 누구나 알법한 대학에 들어갔지만 입학하며 받은 한 학기 장학금이 끝나고 나서부터는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과외 전선에 뛰어들었고, 그러다 다른 꿈을 찾았고, 그걸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과외를 계속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게 업이 되어버렸습니다.


제 첫 과외 학생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10여 년 훌쩍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 녀석만큼 충격적인 학생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첫 학생의 임팩트가 워낙 세서 그 후론 어떤 학생을 만나도 감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배우려 들었던 제게 적극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만큼 배우지 않으려 드는 학생들의 태도가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때 저도 모르고 있던 제 안의 통찰력과 직감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네가 안 하는 또는 잘 안 되는 이유, 어떻게 하면 하게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조언을 해주며 과외를 이어갔습니다. 그 연장선으로 작은 학원도 차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제가 환자에게 진통제만 놔주고 빨간약만 발라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두 훌륭한 약들이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죠. 예방은 더더욱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저는 변변찮은 의사에 최악의 경영자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차후에.)


그러던 와중에 학습코칭 전문가로 부터 강연을 듣게 됩니다. 그때의 충격과 환희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게 바로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 근본적인 치료약이자 예방책이다.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 체질로 바꿀 수 있는!


물론 제 환상은 얼마 안 가 산산조각 납니다.


한 번만 깨졌음 좋았을 텐데, 제법 여러 번 깨졌습니다.

신대륙 탐험, 난항을 겪다


학습코칭을 전면에 세운 학원을 차리고 2년 넘게 아이들을 코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저도 똑 부러진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제 부족함 때문이겠지요. 저는 교육 전공자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거라곤 정글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과 제 자신의 통찰력, 하나를 물면 끝장을 봐야 하는 탐구 정신뿐입니다. 정미숙 소장님의 강연과, 못지않게 깊이 학습코칭을 해오고 계신 원장님들과의 대화와, 훌륭한 교수님들의 논문과 책을 파고 또 팠지만 아직도 한 마디로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여러분은 학습코칭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학습코칭에 대한 멋진 정의를 어디선가 가져다 인용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그건 여러분에게도 제게도 썩 와 닿는 답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비슷한 개념들을 가지고 비교를 해봅시다.


학습코칭은 코칭의 한 가지 형태이니 우선 코칭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코칭은 대화법의 일종입니다. 코칭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코치이가 그 자체로 온전하며,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고, 그 답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창의적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담자와의 대화 후 솔루션을 내주는 컨설팅과도 다르고, 대등한 관계라기보다 좀 더 위에 서서 멘토가 멘토이에게 조언을 해주는 멘토링과도 다릅니다.


코칭에서도 학습코칭은 좀 더 사정(?)이 복잡합니다. 스포츠 코칭은 코치이에게 바른 기술 또는 전략을 알려주고, 보여주고, 직접 시켜본 후 올바르게 고쳐주는 것으로 족합니다. 비즈니스 코칭 또는 라이프 코칭은 질문과 경청, 피드백을 주로 합니다. 그런데 학습코칭은 학습자의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해 올바른 공부법과 전략을 알려주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시연해서 보여주고 제대로 하나 시켜본 다음 고쳐줄 뿐만 아니라 동기를 부여하고 나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제대로 된 답을 찾기 위해 질문과 경청, 피드백도 해야 합니다. 그뿐인가요. 학습코칭은 그 어떤 코칭보다도 코치이의 의욕이 바닥일 겁니다. 왜냐하면 학습코칭은 대부분 학부모님이 끌고 와서 성사되거든요.


이렇게 말하니 학습코칭이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학습코칭을 안 받아 본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이렇게나 험난한데, 저 멀리 답이 있다는 걸 아니 배에서 내릴 수가 없습니다

신대륙은 없다


대학 시절 들은 교양 수업 중 순전히 팀플을 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 셋이 같이 들었던 '서양 역사의 이해'라는 수업은 제게 서양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의 역사 왜곡의 폐해도 끔찍한데, 그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그럼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유럽 중심적 역사관과 역사 왜곡에 대해 알게 되는 멋진 기회였습니다. 그중 가장 뇌리에 박힌 하나를 꼽자면 '신대륙이란 없다'였습니다. 그곳엔 이미 사람이 살고 있었고 나름의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었는데 New world라니 가당치도 않지요! 신대륙이라는 단어는 철저히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만들어낸 말입니다.


학습코칭을 신대륙으로 여긴다면 이와 마찬가지로 반쪽짜리 이해와 혼란만 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 학습코칭을 안 받아 본 사람이 없을 거라는 말을 드렸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티칭과 코칭을 오가는 수업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의 기억 속 카리스마 넘치던 어느 선생님에게 홀딱 넘어가 공부하겠다는 동기부여를 받고 공부에 임한 적 없으신가요? 또는 모르는 게 없는 어느 선생님이 설파하신 공부법이나 시간 관리 비법 같은 것을 듣고 큰 도움을 받아본 적 없으신가요? 지나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기도 울기도 할 수 있는 사춘기 시절, 나도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다독여주며 위로해주던 선생님은요? 이 모두가 학습코칭의 일부입니다. 그러니 모든 학습에서의 문제를 슈퍼 루키 학습코칭이 해결해 줄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 훌륭하신 선생님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다만 선생님의 티칭은 상호 대등한 관계를 추구하는 코칭과는 달리 선생님 주도 하에 진행됩니다. 그것이 티칭과 코칭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그러나 세상 어떤 선생님도 학생이 잘못되길 바라며 스스로 주인공의 자리에 서지 않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커리큘럼에 맞춰 나가야 하는 제약이 있기도 하고, 혼자서 여러 학생을 감당해야 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학생은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고 발전하겠다는 의지가 없이 수동적으로 수업을 듣고 있지요. 속된 말로 선생님의 '하드 캐리'가 없다면 진행 자체가 되지 않는 셈입니다.


기울어진 저울의 균형을 맞춰라

기울어진 저울의 균형을 맞춰라


제가 느꼈던 혼란 중 하나가 바로 이 티칭과 코칭 사이의 균형이었습니다. 학습코칭은 티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학습코칭 자체가 티칭을 더 잘 소화하는 학습자를 키워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공부법이나 학습 전략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도 필요합니다. 가뜩이나 그러한 상황에서, 저는 제 학생들에게 영어와 수학 등의 과목도 가르쳐야 했습니다. 그러니 머리론 코칭을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예전 버릇이 나오며 제 하드 캐리를 해나갔죠.


결국 기다림이 답이었습니다. 마음만 있을 뿐 여건이 되지 않았던 수많은 선생님들과 달리 저는 동기부여를 하고, 공부법을 알려주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도와주는 등의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학생이 저와 대등한 위치로 올라오기까지 충분히 기다리질 못했습니다. 또는 기다릴 기회가 없기도 했습니다. 학습코칭 전문가로 자처하는 저도 이러한데, 코칭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님이 당혹감은 더 심했겠지요. 학원이라는 공간에서 만났기 때문에 일정 시간 내에 외부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산산조각 난 제 학습코칭에 대한 환상을 하나하나 뒤져보고 들여다보며 근사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이 자기 공부의 주인공으로 올라갈 때까지 잘 기다릴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브런치에서 공유해보려 합니다. 학습코칭은 제게 밥벌이이고,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점에 가게 만들어줄 꿈이며,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경이로운 무언가여서, 할 말이 아주 많답니다.


조각으로도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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