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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코치 Oct 19. 2018

학습 코칭에 대한 단상

사교육에서 학습 코칭을 한다는 것의 의미

교육 관련 기사나 칼럼을 읽을 때 마다, 성적과 입시가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참 불편합니다. 당장의 성적 향상이 쾌거인 것처럼 말하고, 입시 제도의 변화를 누군가의 사활이 걸린 것처럼 말하며, 어떤 학교에 가는지가 인생을 결정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언제나 마음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사실 저같은 사교육 종사자에겐 치명적입니다. 사교육은 투자에 대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시스템이니까요.  


저는 교육 사업가입니다. 사업가이므로 이윤을 남겨야하고 제가 들이는 유무형적 비용에 대한 성과를 산출해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교육 사업에서 성과란 무엇일까요? 여기서부터 이미 수치화된 성과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매출 증대, 신규 원생 유치나 기존 원생 퇴원 방지 같은 것은 교육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마케팅과 고객 관리, 비용 절감 등 차라리 경영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제게 썩 잘 맞는 업무 영역이긴 합니다만 종종 교육의 본질에서 멀어진 것 같아 흠칫 놀라곤 합니다.


물론 '교육' 사업이니 만큼 교육에서의 성과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고객이 제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하고 새로운 고객도 유치되니까요. 하지만 그 교육에서의 성과라는 것도 참 애매합니다. 나의 고객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 그러니까 뿌듯한 마음으로 매 달 결제하게 만들 결과물은 무엇일까요? 성적? 그렇다면 얼만큼의 성적이 과연 투자 대비 충분한 성적일까요?


사교육 시장의 규모와 가계 부담 때문에 왜곡되어 그렇지 사실 사교육이 한 학생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작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학원 수학 선생님이라면 끽해야 일주일에 대여섯시간 함께 하면 정말 많이 시간을 보내는 셈인데, 이는 부모와 친구, 학교 선생님 등의 영향력에 비해 미미합니다. 막말로 학원 숙제와 강의를 위해 부모와 친구와 학교가 뒷전인 학생을 몇 명이나 보셨나요? 저는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사교육이 고객에게 당장의 시험에서 100% 성적 향상을 보장할 방법은 없습니다.   


결국 사교육 시장이 지속적으로 고객을 붙드는 방법은 불안 심리 조성 뿐입니다. 성적과 입시 결과를 마치 교육에서의 성과의 대부분인 것처럼 말하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수능 성적이 만점 나오면 행복할까요? 성공적인 대입은 무엇을 보장해 줄까요? 사실 사교육의 도움까지 받으며 이루려는 것은 더 나은 삶인데, 요즘처럼 청년 실업률이 높고 기술이 발달하여 단 몇 년 사이에 있던 직업이 사라져버리는 시대에 당장의 성적이 10년 이후의 삶을 보장할 것 같진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성적과 입시에 목매는 것이 불편합니다. 체해서 머리가 아픈 사람에게 계속 두통 진통제만 파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성적과 입시는 중요합니다. '과정'의 일부로서 나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제대로 열심히 하는 사람은 성적이 오르고 좋은 학교에 진학합니다. 이변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도깨비 방망이가 뚝딱하고 공부 안 하는 사람을 공부 잘 하게 둔갑시켜 성적을 내고 좋은 학교에 보내게 할 순 없습니다. 만약 가능했다면 그건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형태였을 것이며,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가능하지도 않고 권할 수도 없습니다.


도깨비 방망이는 존재하지 않으니, 당장의 결과를 내면서 동시에 기본 중의 기본, 학습자의 학습 역량 자체를 키우는 쪽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거라면 당장의 성적을 올릴 가능성도 높지만 훗날 어떤 사회적 변화가 생겨도 대응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학습 코칭을 시작했습니다. 코칭이라는 것 자체가 20세기 후반에 들어 하나의 학문으로서 연구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학습 코칭 역시 체계적인 연구는 아직까지 진행중인 상태입니다. 학습 코칭에 대한 많은 연구는 ‘자기주도 학습’을 기반으로 합니다. 자기주도 학습의 하위 요소는 어떤 것이 있는지, 또 그 중 특히 요소에 대해 코칭이 들어갔을 때 자기주도 학습역량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가능케하는 코칭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들은 일회성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 요소는 단기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그것이 몸에 베이도록 반복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것 역시 학습 코칭의 일부입니다. 결국,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꾸준히 운영 가능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뛰어난 역량의 학습 코칭 전문가들에 의해 1:1 컨설팅처럼 이루어지는 학습 코칭 역시 보편적으로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와 시스템의 형태로 보급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코칭이라는 것은 그 특성 상 코치이가 변화하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진행이 불가능합니다. 특히 이 점은 사교육에겐 가장 치명적인 어려움입니다. 그러니 학원이라는 공간에서 모든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학습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한 달이 멀다하고 새로운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짜고 무너뜨리고 또 새로 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잠재고객들과 동종 업계 종사자들의 낮은 인지도를 뚫고 생존해야한다는 미션까지 끌어안은 채 말입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학습 코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양질의 연구와 책이 쏟아지고 있고 그것을 현장에 적용시키고 계신 전문가들의 노하우가 쌓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매일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 이 브런치 채널을 통해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 깨달음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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