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서른네 번째 봄, 4월 3일

동갑의 나이, 다시 시작된 날

by 네로

규담아,

오늘은 너의 서른네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란다.

그리고 드디어 아빠와 같은 나이가 된 해, 같은 나이에 나와 네가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구나.


2025년 4월 3일, 오전 10시 35분.


그 시간은 아빠의 인생에서 가장 선명한 순간 중 하나야. 너는 첫울음을 터뜨리며 세상에 나왔고, 아빠는 세상이 한 번 더 새로 시작되는 걸 눈앞에서 보았단다. 그날의 공기, 창밖에서 흘러들던 햇빛, 분주히 움직이던 사람들의 손길, 그 모든 것이 지금도 아빠의 가슴에 그대로 남아 있어.


그런데 규담아, 삶은 언제나 빛과 그림자가 함께 오는 법이지. 최근 아빠는 엄마와 크게 말다툼을 했단다. 엄마는 아빠가 없으면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했어. 그 말이 사랑의 고백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아빠를 짓누르는 절망처럼 다가왔단다. 그 순간 아빠는 화를 내고 말았어. "우리는 부모잖아. 규담이는 생각 안 해?" 하고, 목소리를 높였지.


후회가 남는 순간이야. 아빠는 엄마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말속에는 두려움이, 사랑이, 그리고 함께하고 싶은 간절함이 뒤섞여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규담아,

오늘 아빠 마음이 무척 무겁구나. 아빠가 응원하고 지켜보던 남경 작가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아직 28살, 젊고 아름다운 분이었어. 네 엄마가 들으면 질투하듯 조금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그분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과 글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었단다.


위암 4기 판정을 받고도 꺾이지 않고, 삶을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던 그분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어. 아빠도 그분을 응원하며, 언젠가 꼭 건강을 되찾기를 바라고 또 바랐단다.


그런데 조금 전, 그분의 남자친구분이 남경 작가님이 세상을 떠나셨다고 글을 올리셨더구나. 글을 읽는 순간, 아빠는 마치 오래된 봄날의 햇살이 꺼져버린 듯, 마음 한편이 텅 비어버린 기분이었어.


아빠도 언젠가 규담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겠지.

아빠가 병을 이겨내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교통사고로 떠날 수도 있을 거야.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손님이야. 언제까지고 막을 수만은 없겠지.

하지만 잊지 마렴.

삶이 언제 멈출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 끝이 언제든 사랑한 만큼, 살아낸 만큼, 또 남겨진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난다는 것을.


아빠는 국화꽃향기라는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올랐어.


"나, 머잖아 당신을 떠나, 나 머잖아 죽는대, 하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자존심이 상해서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그의 슬픔이 무서워서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나는 그를 떠날 수 없는데, 내 사랑이 그렇게 약해 보이는 건 너무나 싫기 때문입니다.

그가 나 때문에 절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빠가 어릴 때 이 글을 읽었을 때는 솔직히 잘 이해하지 못했어. 그저 아름답지만 슬픈 말이라고만 생각했단다. 그런데 지금은 알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두려운 일인지, 또 그 사실을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사랑이란 누군가에게 끝없는 기쁨을 주면서도 동시에 헤어짐의 공포를 안기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말이야.


규담아, 네가 태어난 날의 빛은 여전히 선명하고, 네 이름은 아빠 마음속에서 노래처럼 울리고 있어. 하지만 그 빛을 오래오래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같이 커져간단다. 엄마와 아빠가 싸운 것도, 사실은 그 두려움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기 때문일 거야.


네가 이 편지를 읽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아빠는 다 알 수 없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해주고 싶다.


사랑이란, 두려움과 그림자가 따라온다고 해도, 결국은 서로를 붙잡고 버텨내는 힘이라는 것.

그리고 아빠는 오늘도 너를 위해 기도한단다.


규담아, 네 삶에 두려움보다 사랑이 더 많기를,

떠남의 그림자보다 만남의 빛이 더 오래 머물기를,

슬픔보다 기쁨이 더 크게 네 가슴에 노래하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살아내는 모든 순간 속에 "너는 이미 충분히 사랑받는 존재"라는 진실이 스며 있기를.


사랑한단다.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