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서른다섯 번째 봄, 4월 3일

잠시 멈춘 시간, 너와 함께 숨 쉬는 봄

by 네로

규담아,


오늘은 서른다섯 번째 편지를 쓴다.

이제는 아빠보다 나이가 많아지기 시작했구나.
아빠가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결국 휴직을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가.
처음엔 두려웠단다. 매일 일을 멈추지 않고 달리던 삶이었으니까.
늘 해야 하는 일들이 끝없이 쌓여 있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어.


하지만 몸이 멈추자, 마음도 멈춰 섰어.
처음엔 공허하고 막막했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단다.
아빠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
네가 손끝으로 건네주는 체온,
장난스러운 웃음과 울음까지.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왜 몰랐을까 싶더라.


휴직을 하고 난 뒤, 아빠는 너랑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너를 안고 공원길을 걷고,
작은 돌멩이를 주워서 네 손바닥에 올려주고,
풀잎 하나에도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는 널 바라보는 시간이

아빠에게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값진 선물이야.


물론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란다.

아빠는 몸이 아플 때마다,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어.

어린 너를 안고, 엄마와 함께 서울에 있는 병원에 찾는 일도 생겼지.
하지만 그럴수록 아빠는 지금의 이 순간을 더 단단히 붙잡으려고 해.
너와 함께하는 오늘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규담아, 아빠가 바라는 건 단순해.
네가 살아가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를.
세상은 빠르고 바쁘게 흘러가겠지만,
멈춰 서야 할 때를 알아차리고,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 속에서 네가 사랑하는 얼굴들을,
네 삶의 가장 소중한 풍경들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빠는 오늘도 조용히 기도한다.


규담아,
네 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지 않기를.
사랑하는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잃지 않기를.
두려움보다 사랑을 먼저 붙잡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너의 매일매일이, 너는 이미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사랑한다, 규담아.
아빠는 오늘도 네 곁에서 너를 바라본다.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