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캠핑, 우리 셋의 병실
규담아,
네가 서른여섯 번째 봄을 맞이한 오늘,
아빠는 아주 오래된 봄날을 꺼내어 네게 이야기해주고 싶구나.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아빠에게는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 있는 시간,
태어난 지 120일쯤 되었을 때의 이야기란다.
어느 날 우리는 예방접종과 2차 영유아 검진을 하러 진주에 있는 소아과에 갔었어.
네가 태어났던 그 병원의 소아과였지.
주사를 맞으면서도 잘 참아내던 너였는데,
그날 밤부터 네가 잠을 설치기 시작했단다.
아빠와 엄마는 처음엔 단순히 원더윅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흔한 성장통이라고, 곧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
하지만 네 작은 몸이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했어.
작은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
빠르게 오르내리던 숨결,
손수건을 미온수에 적셔 네 몸을 닦아주어도 열은 떨어지지 않았단다.
밤새 네 이마를 쓰다듬으며,
혹시라도 숨결이 느껴지지 않을까 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
아침이 되자마자 엄마와 아빠는 다시 소아과로 달려갔고,
여러 검사 결과 코로나였어.
태어난 지 겨우 120일 된 아기가 코로나라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단다.
코로나로 무슨 세상이 무너지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감염병으로 인해 어린 아가들이 별이 된 경우가 엄마와 아빠 주변에서 있었단다.
그래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어.
아빠와 엄마는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우리는 그날 바로 입원을 했어.
5일 동안의 병실 생활이 시작됐지.
규담아,
그때 우리가 있던 1인실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섬 같았어.
창문은 닫혀 있었고,
밖의 세상은 멀리멀리 흘러가는 것 같았는데
그 좁은 병실 안에서,
아빠와 엄마, 그리고 너.
우리 셋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되었단다.
밤마다 들려오던 네 작은 숨결,
엄마가 지친 얼굴로 졸다 깜빡 웃던 모습,
병실 불빛 아래서 작은 너를 안고 엄마 옆에 누웠던 그 시간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캠핑을 하는 것 같았어.
모든 게 두려웠지만,
그 두려움 너머에서 아빠는 이상한 평화를 느꼈단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고립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 둘을 옆에 두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아빠를 견디게 해 주었어.
물론 걱정은 매 순간 스며들었어.
너의 열이 더 오르지는 않을까,
네 작은 기침 하나에도 마음이 쪼그라들었지.
아빠는 삶이란, 세상과 단절된 작은 병실 안에서도
가장 큰 사랑을 배우고,
가장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배웠단다.
규담아,
언젠가 네가 힘든 시간을 겪게 되더라도
그 속에서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
“세상은 넓고 길은 멀어 보여도,
네 곁을 지켜주는 단 한 사람,
너를 향한 단 하나의 사랑만으로도
엄마와 아빠는 충분히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그날의 병실은 아빠에게 작은 무인도였지만,
그곳에서 아빠는 너를 더 단단히 사랑하는 법을 배웠단다.
항상 아빠가 아픈 모습만 보여주다가,
처음으로 규담이가 아픈 모습을 보았지.
너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는 것,
너의 작은 손가락이 움직인다는 것,
그것에 안도하는 아빠의 모습을 떠올려 주렴
사랑한다, 규담아.
아빠는 그날의 기억처럼,
오늘도 너와 함께 숨 쉬고 있단다.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