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않는 어른
규담아,
오늘은 네서른일곱 번째 편지를 쓴다.
서른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네가 이 편지를 읽을 즈음이면, 아마 아빠를 꽤 어른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구나.
늘 가족을 지켜왔고, 너를 키우며 책임을 다해 살아온 사람으로 보일 테니까.
하지만 사실 아빠는 아직도 많이 어리단다.
네 엄마는 늘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어.
“도대체 언제 철들래?”
엄마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아빠는 웃으면서 대답했지.
“글쎄, 아마 남자는 철들지 않아. 그냥 나이만 드는 거 아닐까?”
아빠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본 드라마가 있었어.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였는데, 거기서 나온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단다.
“남자는 철들지 않는다. 다만 나이 들뿐이다.”
아빠는 그 말에 참 공감했어.
살아보니 정말 그렇더구나.
책임이 늘어나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마치 어른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서툴고 부족한 아이가 남아 있더라.
결정을 내릴 때마다 두렵고, 실수할까 봐 조심스러울 때도 많고,
때로는 네가 모르는 불안과 고민 속에서 헤매기도 한단다.
하지만 규담아, 아빠가 배운 건 하나야.
어른이라는 건 완벽해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불안과 서투름을 안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조금 더 용기 내는 사람이 되는 거라는 것.
아빠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네가 있어서,
엄마가 있어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인지 요즘은 “철든다”는 말이 아니라
“사랑할수록 자란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단다.
언젠가 네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아직 나는 어리다”라고 느끼게 될 때가 올 거야.
그럴 땐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
서툰 채로도 살아가도 되고,
두려운 마음으로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이야.
오늘도 아빠는 너에게서 배우고 있다.
철들지 않은 채로, 그러나 조금씩 자라면서 말이야.
사랑한다, 규담아.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