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서른일곱 번째 봄, 4월 3일

철들지 않는 어른

by 네로

규담아,

오늘은 네서른일곱 번째 편지를 쓴다.

서른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네가 이 편지를 읽을 즈음이면, 아마 아빠를 꽤 어른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구나.

늘 가족을 지켜왔고, 너를 키우며 책임을 다해 살아온 사람으로 보일 테니까.

하지만 사실 아빠는 아직도 많이 어리단다.


네 엄마는 늘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어.

“도대체 언제 철들래?”

엄마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아빠는 웃으면서 대답했지.

“글쎄, 아마 남자는 철들지 않아. 그냥 나이만 드는 거 아닐까?”


아빠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본 드라마가 있었어.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였는데, 거기서 나온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단다.

“남자는 철들지 않는다. 다만 나이 들뿐이다.”

아빠는 그 말에 참 공감했어.

살아보니 정말 그렇더구나.

책임이 늘어나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마치 어른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서툴고 부족한 아이가 남아 있더라.

결정을 내릴 때마다 두렵고, 실수할까 봐 조심스러울 때도 많고,

때로는 네가 모르는 불안과 고민 속에서 헤매기도 한단다.


하지만 규담아, 아빠가 배운 건 하나야.

어른이라는 건 완벽해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불안과 서투름을 안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조금 더 용기 내는 사람이 되는 거라는 것.


아빠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네가 있어서,

엄마가 있어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인지 요즘은 “철든다”는 말이 아니라

“사랑할수록 자란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단다.


언젠가 네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아직 나는 어리다”라고 느끼게 될 때가 올 거야.

그럴 땐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

서툰 채로도 살아가도 되고,

두려운 마음으로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이야.


오늘도 아빠는 너에게서 배우고 있다.

철들지 않은 채로, 그러나 조금씩 자라면서 말이야.

사랑한다, 규담아.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