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떠난 사람은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남겨진 사람은 그 자리를 채우며 살아간다.
나는 늘 남겨진 쪽이었다.
갑작스러운 부재, 설명 없는 빈자리, 이해할 수 없는 이별.
그 모든 것들이 내 앞에 남겨졌다.
남겨진다는 건 단순히 ‘남아 있다’는 뜻이 아니다.
삶의 무게를 이어받아 견디는 일,
사라진 것을 품고 살아내는 일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남겨진다는 건 아픈 동시에, 살아야 할 이유를 갖게 되는 일이라고.
이 이야기는, 그런 자리에서 시작된다.
소설 <눈으로 만든 소>를 쓰는 동안 오래된 기억들을 다시 꺼내야 했습니다.
쓰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사라진 얼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 어머니의 빈자리,
할아버지의 거친 손, 그리고 텅 빈 외양간까지.
한참 동안 나는 남겨진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들을 다 쓰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남겨진다는 건 단순히 남는 것이 아니라,
이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라는 걸.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언젠가 같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면,
제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