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새해 일기 : 생각을 한다.

생각을 멈췄다. 책도 읽지 않고 TV만 멍하니 봤다. 

뇌활동이 많이 드는 책이나 영화는 피했다. 1차원적 자극에 집중했다. 


코로나 블루인지, 혹은 12월 내내 정신과 신체를 꽁꽁 묶어뒀던 격무의 번아웃인지 모르겠다.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계획하고 감사한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연말 내 몸과 정신은 텅 비어있었다-혹은 비우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잤고, 정신이 있을땐 대충 먹고 많이 마셨다. 온종일 예민한 가시를 잔뜩 세운채 일하다 몸이 스르르 풀어지는 저녁께,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나중에 통화하자고 했다. 꼬일대로 꼬인 못난 마음으로 괜히 그에게 상처를 줄까 무서웠다. 

나는 마음이 힘들었다. 그리고 멈춤이 절실했다. 


그렇게 한 주가 흘렀다. 20년과 21년은 새 달력이 아니라면 구분이 하나도 가지 않았다.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마음에 다시 여백이 돋아났다. 새해 계획을 세우는게 하릴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인간이 나름으로 정한 365일, 1년은 무언가를 이루기에 넉넉한 시간이라 목표를 잡고 사는것도 나쁘지 않다. 

 

다이버들은 조금씩 조금씩 물 안으로 내려간 뒤, 부력에 몸을 맡겨 천천히 수면으로 올라온다. 침전한 시간이 길수록 물이 나를 밀어내는 속도에 스스로를 맡기는것도 해볼 일이다. 점차, 빠르게 스스로를 달궈내는것이다.


나답지 못하게 발을 천천히 내딛자. 신년 힘차게 발을 뻗어내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탓하지 않아도 된다. 

작가의 이전글 어디서 살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