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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스트앤드 Sep 23. 2021

성수동, 공장지대에서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성수동과 팝업 스토어의 만남


어느덧 성수동에서 일한 지 1년 하고도 4개월 정도 흘렀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즐거웠던 이유 중 하나는 특색 있는 ‘팝업 스토어’를 자주 만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역설적이게도 과거 공장지대의 흔적을 멀리 하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두며 트렌디해진 성수동은 이제 핫플레이스를 넘어 유수의 기업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임시 매장이 브랜드 체험 공간이 되기까지


지금은 워낙 많은 곳에서 팝업 스토어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시작은 급하게 마련된 '임시방편'에 불과했습니다. 많은 분이 아는 것처럼, 팝업 스토어(Pop-up Store)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개월씩 운영하는 ‘임시 매장’을 의미합니다.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떴다가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팝업 스토어는 미국의 대형할인점 ‘타겟(TARGET)’이 2002년에 신규 매장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서 설치한 임시 매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임시로 열었던 임시 매장이 의외로 큰 인기를 끌었고, 여러 브랜드에서 벤치마킹하면서 자리 잡은 개념이라고 해요.



현재는 공간 마련과 비용 투입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고객의 반응을 살필 수 있고, 입소문 마케팅에 유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어요. 지금에 와서는 ‘임시’라는 것이 여러모로 매력적인 장점이 된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부터 많은 팝업 스토어가 생겨났고, 최근에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특색 있는 팝업 스토어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서울에 있는 수많은 핫플레이스 중에서 성수동이 팝업 스토어를 위한 최적의 공간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골목상권’이 주는 색다른 경험


흔히 ‘상권’이라고 하면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상업적 거래의 공간적 개념을 의미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단순히 하나의 공간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공간과의 관계에서 형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MZ세대에게 힙하다고 여겨지는 성수동과 한남동의 위치나 분위기, 문화를 살펴보면 과거에 핫플이라고 불리던 강남, 명동과는 큰 차이점이 있는데요. 이들은 앞서 얘기했던, 주변 다른 공간과의 관계가 형성된 ‘골목상권’이라는 점입니다. 너무 도시적이지 않으면서 길을 따라 부담 없이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고, 골목골목 숨겨진 장소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죠.


성수동에는 공장지대를 기반으로 한 핫플레이스가 많다


특히, 성수동 같은 경우에는 공장지대였다는 특색이 더해져 더욱더 희소성 있는 골목상권이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성수동은 경험 위주의 소비 특징을 보이는 MZ세대가 많이 찾는 곳이 되었고, 브랜드에서는 골목상권을 활용해 부담 없이 소비 주체인 MZ세대에게 어필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수동에서 만난 팝업 스토어


제가 지난 7~8월에 직접 경험해본 팝업 스토어를 몇 군데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운영되지 않는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도 있으니, 성수동에서의 팝업 스토어는 어떤 분위기와 구성으로 이뤄지는지 레퍼런스 차원에서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1. 샤넬 팩토리5

최근 가장 화제가 되었던 성수동 팝업 스토어를 고른다면, 아마도 ‘샤넬 팩토리 5’가 아닐까 싶어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N°5의 출시 100주년을 맞아 ‘샤넬 팩토리5’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이를 홍보할 팝업 스토어 장소로 성수동을 선택했습니다.


공장 콘셉트로 기획된 샤넬 팩토리 5의 구성은 전반적으로 심플했어요. N°5의 디자인을 살린 박스형 입구와 흰옷을 맞춰 입은 스태프들의 모습이 깔끔한 첫인상을 주었답니다.


N°5의 디자인을 살린 샤넬 팩토리 5 입구
곳곳에 흰옷을 맞춰 입은 스태프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는 안내 책자


팝업 스토어는 테마별로 제품을 전시하는 진열관, 샤넬 제품 모형으로 장식된 포토존, 공장 콘셉트를 확실하게 표현한 쇼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관람 방식을 스탬프 투어로 구성해, 각 테마별 장소에서 안내 책자에 스탬프를 받으면 나갈 때 상품을 받을 수 있었어요. 짧고 굵은 투어 코스가 마음에 들었고, 특히 공장이라는 테마에 맞게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N°5 향수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던 쇼룸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장 테마에 적합한 컨베이어 벨트 쇼룸


샤넬뿐만 아니라 루이비통, 에르메스까지 모두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는데요. 이는 소위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이들이 MZ세대와의 교감을 위해 소비자 문턱을 낮추고, 경험 기반의 마케팅에 힘을 쏟은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앞으로도 많은 명품 브랜드에서 성수동을 ‘브랜드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이케아 랩

‘이케아 랩’은 도심 속에서 집과 지구의 건강한 미래에 대한 영감을 제공하고자 오픈한 팝업 공간입니다. 지난해 11월에 성수동에서 오픈한 이후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어요. 원래는 올해 5월까지만 운영하기로 했지만, 기간을 9월까지로 연장했는데요. 성수동은 ‘소셜벤처밸리’라고 불릴 정도로, 지속가능성과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은 창업가 혹은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가 밀집했기 때문일 겁니다.


성수동을 상징하는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이케아 랩


이케아 랩의 1층에는 친환경 소재와 생활습관을 알리는 ‘팝업 스토어’, 이케아 제품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이케아 숍’, 건강한 먹거리로 구성된 ‘이케아 푸드랩’이 운영되고 있고, 2층에서는 ‘쇼룸’과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 ‘오피스룸’ 등이 준비돼 있어요.


1층 팝업 스토어는 ‘루티의 집’이라는 콘셉트로 꾸며져 집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루티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일상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물을 아끼고, 버려진 물건을 다시 쓰는 방법을 이케아 제품과 함께 보여주는 구성이에요. ‘이케아 숍’에는 대나무로 만든 가구, 폐페트병으로 만든 의자 등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먹거리로 구성된 ‘이케아 푸드랩’
친환경 소재와 생활습관을 알리는 ‘루티의 집’
‘이케아 숍’에서는 사용한 PET 병으로 만든 의자도 구매할 수 있다
이케아랩 2층에 마련된 쇼룸


지속가능한 삶을 집에 반영해 색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다양한 소재에 관한 정보와 레퍼런스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이라는 공간이 더욱 중요해졌고, 그만큼 가구와 인테리어에 관심을 두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시기에 ‘집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느껴졌어요.


3. 프로젝트 렌트

성수동에는 같은 공간인데, 매달 새로운 브랜드의 기획 전시와 행사가 진행되는 팝업 스토어도 있어요. ‘프로젝트렌트’는 매번 새로운 브랜드와 콘텐츠가 채워지는 ‘오프라인 마케팅을 위한 팝업 스토어 플랫폼’입니다. 현재 성수동에는 1, 2, 3, 6호점이 뚝섬역 인근 골목에 모여있어요.


대문자 ‘R’이 눈에 띄는 프로젝트렌트 1호점
에이플럼의 주요 제품을 책상 위에 전시한 아이디어


방문 당시 프로젝트렌트 1호점에서는 데스크 웨어를 만드는 ‘에이플럼’의 팝업 스토어가 진행 중이었어요. 공간 곳곳에는 심플한 디자인과 사용성을 고려한 데스크 컬렉션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었고, 데스크에서 사용하는 용품 이외에 부채, 에코백 등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간 자체는 넓지 않았지만, 에이플럼의 제품으로 구성한 책상을 배치해 실제 활용되는 모습을 보여 주거나 여러 개의 선반을 활용하는 등 여러모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팝업 스토어였어요.


형형색색의 제품이 눈길을 끈다


에이플럼의 팝업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면, 같은 날 프로젝트렌트 2호점에서 진행된 ‘취 프로젝트’는 느끼는 재미가 있는 팝업 스토어였는데요. 취 프로젝트는 우리 자연의 감동을 전달하고, 한국 지역의 가치와 이야기를 알리고자 지역의 특색과 심상을 담은 한국의 향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팝업 스토어를 통해 담양, 광양, 강릉, 서울 등 다양한 지역의 향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달빛 비치는 광양 매화’
취 프로젝트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지역별 소개글
리본을 타고 전해지는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마침 무더운 하루였는데 부채에 마음에 드는 향을 뿌린 리본을 달아 시원하면서도, 은은한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은 참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또한, 팝업 스토어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마음에 드는 향을 고르게 함으로써, 향(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것도 팝업 스토어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이라 좋았습니다.






팝업 스토어의 범위가 명품 브랜드까지 확장한 만큼, 성수동의 ‘골목상권’을 활용한 브랜드 체험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성수동을 오고 가는 길에서 빈 공간을 발견하면, 새로운 팝업 공간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내심 기대하게 될 것 같아요. 


성수동은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동네지만 앞으로 더 신기하고, 재미있는 공간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EDITOR

윤태웅 I Marketig Director

woong@nestand.kr


<로컬 탐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만드는 ‘네스트앤드’에서 로컬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세상과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조명하기 위해 연재하는 매거진입니다. 네스트앤드가 주로 활동하는 성수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로컬을 탐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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