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산 자전거 국토 종주 수첩과 지도는 있고, 또 뭐가 필요할까?’ 바람을 막아 줄 선글라스와 자전거 뒤 짐받이에 실을 수 있는 전용 가방, 넘어지면 손바닥이 까일 수 있으니 장갑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션 VVIP를 유지하고 있는 남편 아이디로 빠르게 결재했다.
“아들, 지금 결재한 가방, 장갑, 헬멧이 도착하면 출발하자.”
“좋아.”
평소에 체험학습을 가려면 적어도 출발 3일 전까지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야 했다. 하지만 2021년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체험학습 하루 전까지 담임 선생님께 문자로 확인만 받으면 됐다. 국토 종주 자전거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먹으니, 나머지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시킨 물건도 다음 날 모두 배송됐다.
마지막 물건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담임 선생님께 체험학습 가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우선은 일주일 동안 체험학습을 내고 출발하기로 했다. 체험학습을 연장해야 하면 3일 전에 선생님께 다시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아빠, 내일 부산 갔다 올게.”
“이번엔 부산이야? 부산이 어디 있는 줄은 알아?”
“응. 제2 롯데월드를 짓고 있는 곳이 부산이지.”
환이는 놀이동산 종주를 갈 생각에 신이 났다.
“아들, 엄마가 자전거 타고 놀이동산에 가는 길을 찾지 못했어. 일단 자전거 종주 길로 내려가다가 놀이동산 근처에 가서 길을 찾아보자고.”
“좋아.”
속옷, 양말, 칫솔, 치약, 충전기, 일기장, 자전거길 지도, 인증 수첩, 필기도구, 우비, 잠바, 여벌 옷, 체험학습 결과보고서 양식을 몇 장 프린트해서 챙겼다.
거실에 물건을 잔뜩 늘어놓고, 짐을 싸고 있는데 딸 방문이 열리며 환이 누나가 나왔다.
“딸, 엄마 내일 환이랑 자전거 타고 부산 갈 건데…. 너도 갈래?”
“부산? 자전거로? 왜?”
중2였던 딸은 부산까지 왜 자전거를 타고 가냐며, 혹시라도 같이 가자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는 경계의 눈빛으로 내게 눈을 한 번 흘기더니 화장실을 향했다.
“딸, 엄마는 환이랑 다녀올 테니 아빠랑 잘 있어.”
‘뭐가 더 필요할까?’ 생각하며 집안을 둘러봤다.
냉장고, 밥솥, 가스레인지, 세탁기, TV, 컴퓨터, 화분, 장난감, 식탁, 의자, 침대, 옷장, 책으로 가득한 책장과 책상…, 아무리 둘러봐도 일주일 이상 집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는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집에 있는 많은 물건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닌 생활에 편리함을 위한 도구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여행은 가볍게 떠나야 한다. 몸이 힘들면 그때부턴 여행이 아닌 고행의 길이 될 것이 뻔했다. 마지막으로 여행에 없어선 안 될 현금과 남편 카드를 챙겼다.
“자전거펌프, 예비 튜브는 챙겼어?”
남편이 물었다.
“아니, 그런 거 챙기면 무거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다가 고장 나거나 망가지면 자전거 새로 살 거야. 그래서 자기 카드 챙겼지! 여행 다니면서 연락하기 귀찮으니까 어디쯤 가서 뭘 먹고 다니는구나! 이런 건 카드회사 문자로 확인해!”
이땐 몰랐다. 자전거펌프, 예비 튜브도 챙기지 않고 인천에서 부산까지 가겠다고 한 내가 얼마나 무모했는지!
내 자전거는 브레이크 잡을 때마다 ‘끼익 끽~’ 하는 소리가 났고, 가볍게 동네 몇 바퀴 도는 것에도 금세 타이어가 물컹해지기 일쑤였다. 지난 북한강 종주 출발 전 타이어 튜브를 직접 갈았다. 유튜브를 보며 처음 갈아봤는데, 여행 중 다행히 바람은 세지 않았다. 위태위태한 상태로 북한강 종주를 마친 내 자전거와 나는 한계를 시험해 보기 위한 국토 종주를 시작했다.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Tip. 자전거 여행할 때 내가 챙긴 것
속옷, 양말, 칫솔, 치약, 핸드폰 충전기, 일기장, 자전거길 지도, 인증 수첩, 필기도구, 우비, 잠바, 여벌 옷, 물통, 체험학습 결과보고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