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칼 Jul 28. 2024

우리 부산 못 가?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국토 종주 편 

2km의 차도를 달려 우리는 국토 종주 자전거길로 돌아왔다.

“엄마 먼저 가, 나는 음악 좀 틀고 갈게”

환이는 게임음악을 틀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시간을 달려 우리는 자전거길 인증센터가 있는 강천보 문화관에 도착했다. 강천보는 한강 5경으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멋있다고 한다. 밤이 되려면 아직 멀었기에 우리는 강천보 문화관을 둘러보고, 간식을 먹은 후 다시 페달을 밟았다.

     

강천보를 지나서 3시간을 쉼 없이 달린 우리는 비내섬에 도착했다. 비내섬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로 유명한듯했다. 비내섬 곳곳에서 드라마 촬영 사진과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드라마를 보지 않은 내 눈에 들어온 건 비내섬은 충청북도 유일한 습지 보호 지역이란 안내판이었다. 고생한 엉덩이도 안장에서 해방할 겸 비내섬에서 쉬며 숙소를 검색했다.


“아들, 저녁은 삼겹살?” 

“오케이”

“여기서 3.4km 떨어진 곳에 온천지구가 있다니까 삼겹살 먹고 온천욕 하자.”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앙성온천지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느낌이 싸했다. 앙성온천지구는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듯했다. 큰 호텔 두 곳은 문이 잠겨있고, 사람의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유일하게 영업하고 있는 곳은 ‘이든 호텔’ 뿐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는 이든 호텔 앞에 자전거를 세웠다. 호텔 문이 열리면서 안내에 있던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자전거 가지고 들어오셔서 안에 보관하세요.”

아주머니는 1층 직원 휴게실로 보이는 넓은 공간에 자전거를 세우라고 안내했다.

“몇 분이세요?”

“둘이요.”

“일행 더 없어요?”

“네.”

“우리 호텔은 자전거 여행하시는 분들이 많이 묵어가세요. 가족이 다 같이 오거나,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는 봤지만, 엄마와 아들 조합은 처음이네요. 대단하세요.”

‘대단? 이게 그렇게까지 이야기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저녁은 드셨어요? 뭐 드실 건가요?”

“삼겹살 먹으려고요. 추천하실 음식점 있으세요?”

“아래 사거리에 있는 ‘사랑점’이란 가게 삼겹살 맛있어요. 아이랑 같이 먹기엔 좋을 거예요. 이든 소개로 왔다고 하면 잘해주실 겁니다. 예약해 드릴까요?”

친절한 주인 덕에 나는 검색의 수고를 덜었다.

“30분 후 2명 예약했으니, 맛있게 드시고 편히 쉬다 가세요.”

숙소에 짐을 옮기고, 얼른 씻은 후 우리는 음식점을 향했다.     

두툼한 삼겹살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는데,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23일에 온다고?”

웬만해선 연락하지 않는 남편으로부터 온 짧은 문자였다.

‘무슨 일이지? 집에 무슨 일이 있나?’ 문자를 확인한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고기를 먹은 후 남편에게 답장을 보냈다.

“왜? 무슨 일 있어?”

“18일이 아버지 제사래.”

“18일?”

‘내일모레? 어떻게 우리 가족 모두가 아버지 제사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큰 며느리와 유일한 아들 손주 조합인 우리가 자전거 여행 중이라고 아버지 제사를 나 몰라라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들, 잘 먹었어?”

“응, 진짜 맛있어.”

“우리 집에 가야 할 거 같아.”

“왜?”

“내일모레가 할아버지 제사래.”

“집에? 우리 부산 못 가?”

‘2년 동안 꿈꿨던 여행이 이렇게 마무리되나?’ 하는 생각에 환이와 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숙소에 들어와 지도를 펼쳐 우리 위치를 확인했다. 마음이 놓였다. 여기서 30km 떨어진 곳에 충주 버스터미널이 있었다. 일단 내일 집으로 돌아가는 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아들 내일은 충주댐까지 달려 남한강 종주 완성하고, 집으로 가자.”

환이에게 내일 가야 할 경로를 보여주고 나는 지도를 접었다.

     

“제사 지내고 또 내려오면 안 돼?”

여기서 여행을 끝낼 수 없다는 아쉬움과 결연한 의지가 환이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왜 안 돼? 우리 집에 간 김에 체험학습 일주일 더 내자. 코로나로 학교도 안 가는데…. 우린 시간이 많잖아.”

다시 오자는 말에 환이 얼굴이 밝아졌다.

 

“여행 더 하려면 체험학습 결과 보고서를 아주 많이 써야겠네! 오늘 것도 빨리 써야지!”

                 



자전거 여행 삼일 째, 환이의 체험학습 보고서


능내역을 향하다 세종대왕릉 표지판이 보여 한번 가 보기로 했다. 세종대왕은 밤을 새워 책을 읽었다고 했는데,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세종대왕도 엄마처럼 커피를 좋아한 것 같다. 왜냐하면 근처에 카페가 많기 때문이다.


숙소에 도착해 밥을 먹으러 가서 삼겹살을 먹는데 엄마의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왜냐하면 내일모레가 할아버지 제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획을 새로 짰다. 어떻게 하냐면 내일 남한강 종주를 끝내고 집으로 갔다가 화요일에 오는 것이다. 하루 동안 집에서 쉬고 화요일에 출발할 것이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이 있다. 왜냐하면 국토 종주를 다녀온 친구 말로는 5km나 내려오는 구간이 있다고 한다. 5km를 내려오려면 5km를 올라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 여주에서 충주까지 52km



작가의 이전글 열린 질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