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초승달에 품은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눈썹 그리다
땅거미 지는 하늘을 원망했다
어둠에 잔뜩 도사린
구애받지 못해 떠나온 벌거벗은 영혼들
밤하늘 무수히 떨어지던 별빛 칼날들
이른 새벽 내린 서리에
또 한 번
떠오른 해를 갈라버렸다
돌아올 수 없는 길에
돌이킬 수 없었던 마음도 도려졌다
이윽고 서쪽하늘에 한가닥 희망이 기울고
동녘에 떠오르기 시작한 달빛에
어슴프레 떠나간 서쪽하늘로 드리워진
그림자의 환형에 벗어나려 또 한 번 도려졌다
아직 네 눈썹에 못 채워진
옛사랑에 그토록 갈망하며 잊혀간
네 눈썹의 미향(微香)에 쓰러진 사랑들
킬리지(kilij)에 감춰진
숨겨진 사랑도 도려내지 못한
네 사랑의 진실 앞에
오늘도 서쪽하늘에 점점 멀어져 가는 네 마음을
끝끝내 돌아올 수 없는 사랑을 구애하고 말았다
킬리지(kilij)의 예리함도 의지할 수 없는
네 마음을 도려내기에 급급한 마음들
이미 때 늦은
나 자신의 초라함만이
이 밤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남아있어야 하였다
일찍이 동녘에 울며 떠오를 기세는
나의 자존심을 도려낼 수 없었던 비참함도
고라니의 애타게 울부짖는 슬픈 곡조처럼
더욱더
처절하지도 저항하지도 못한 기다림이 더 슬펐다
한가닥
떠나는 자의 슬픔을 않고 사는
새벽의 킬리지를 대신할 만 이유도
내겐 더 이상 남지 않았고 더 이상 찾을 길도 없었다
잠든 이의 고요를 지키는
앉는 자의 떠나간 별로 남아 있었야 하는 이유도
아직도 나는 찾지를 못한 채
오늘도 먼산 바라보듯
서쪽하늘에 아스라이 걸쳐져 있을
그대 눈썹을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조요
아침 햇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며
떠도는 길 잃은 작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더 이상 헤매지 못할
그리움만 남겨두며 사는 것이
실낱같이 떠오를 햇살에 기대며 사는 낙으로 살리라
2019.3.31 봄내음 물씬 풍기는 황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