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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01. 2019

눈썹

-초승달에 품은 마음

 눈썹

-초승달에 품은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눈썹 그리다

땅거미 지는 하늘을 원망했다

어둠에 잔뜩 도사린

구애받지 못해 떠나온 벌거벗은 영혼들


밤하늘 무수히 떨어지던 별빛 칼날들

이른 새벽 내린 서리에

또 한 번

떠오른 해를 갈라버렸다


돌아올 수 없는 길에

돌이킬 수 없었던 마음도 도려졌다


이윽고 서쪽하늘에 한가닥 희망이 기울고

동녘에 떠오르기 시작한 달빛에

어슴프레 떠나간 서쪽하늘로 드리워진

그림자의 환형에 벗어나려 또 한 번 도려졌다


아직 네 눈썹에 못 채워진

옛사랑그토록 갈망하며 잊혀간

네 눈썹의 미향(微香)에 쓰러진 사랑들


킬리지(kilij)에 감춰진

숨겨진 사랑도 도려내지 못한


 사랑의 진실 앞에

오늘도 서쪽하늘에 점점 멀어져 가는 네 마음을

끝끝내 돌아올 수 없는 사랑을 구애하고 말았다


킬리지(kilij) 예리함도 의지할 수 없는

네 마음을 도려내기에 급급한 마음들


이미 때 늦은

나 자신의 초라함만이

이 밤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남아있어야 하였다


일찍이 동녘에 울며 떠오를 기세는

나의 자존심을 도려낼 수 없었던 비참함도

고라니의 애타게 울부짖는 슬픈 곡조처럼  

더욱더

처절하지도 저항하지도 못한 기다림이 더 슬펐다


한가닥

떠나는 자의 슬픔을 않고 사는

새벽의 킬리지를 대신할 만 이유도

내겐 더 이상 남지 않았고 더 이상 찾을 길도 없었다


잠든 이의 고요를 지키는

앉는 자의 떠나간 별로 남아 있었야 하는 이유도

아직도 나는 찾지를 못한 채


오늘도 먼산 바라보듯

서쪽하늘에 아스라이 걸쳐져 있을

그대 눈썹을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조요


아침 햇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며 

떠도는 길 잃은 작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더 이상 헤매지 못할

그리움만 남겨두며 사는 것이

실낱같이 떠오를 햇살에 기대며 사는 낙으로 살리라


2019.3.31 봄내음 물씬 풍기는 황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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