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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이 되어버린 꽃(무궁화)

- 이름 없이 불러주오 그대

by 갈대의 철학

비목이 되어버린 꽃(무궁화)

- 이름 없이 불러주오 그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꽃이 필 때만 기다리면

그 꽃은 이름 없는 꽃이 되고

꽃이 질 때만 그리워하면

모든 꽃들은 그 꽃을

이름 지어 불러본즉 합니다




이름 없는 꽃이

그대의 산천에 피어나니

그대는 야생화요


이름 모를 꽃이

그대의 들판에 피고 지면

그대는 이름 모를 들꽃이요


봉래산 정상에 이 피고

나는 그 꽃을 이름 없는 꽃이라 부르고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그 꽃을

이름 모를 비목이 되어 버린 꽃이라 불러봅니다






내 마음에 무궁화 꽃이 피어

어디 어디까지 피고 지었나

금수강산 뻗어 나갔나

삼천리 방방곡곡 고향 끝까지 닿았나


38선 저 너머까지 피고 지었나

네 마음이 붉은 것은

그대들의 6.25를 지난

숭고한 마음이 있었기에

나의 열정도 다할 수 있었고


네 마음이 하얀 마음인 것은

그대들의 희생정신에

고귀한 넋을 위로하려오


잎이 푸른 것은

동해에 떠오르는 해가

아직도 바다가 집어삼키지

아니하여서 이려니


그대여 곤히 주무소서

붉은 아침햇살이 떠올라도

언제나 그 자리는 그대들의

보금자리이려니


그러하니

낮에는 해 뜨고

밤에 달뜨는 슬픔을 간직하더라도


그대여

빛나는 저 별들에

하얗게 반짝이는

그대 너울대며 춤추는 마음이 있어


밤하늘 떨어지는 눈물은

그대들의 못다 이룬 소원이요


떨어진 눈물이

바다에 이르려 하나 되려 함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식지 않고 빛나는

태양의 저편에서 지켜줄 수문장이 됩니다


그대들이 있어

오늘의 행복이 있음을

태양이 지지 않은 나라에

내가 그대가 됨을 잊지 않을 것이랍니다


2019.7.16 덕수궁 돌담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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