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에 대한 고찰

- 누구에게나 삶은 늘 진행형이 된다

by 갈대의 철학

삶의 의미에 대한 고찰

- 누구에게나 삶은 늘 진행형이 된다



글. 갈대의 철학(蒹葭)



늘 같은 길을 걸어오다 보면 거지 아닌 동가식서가숙 하시는 분이 계신다. 올초부터 봐왔지만, 언제부터 그러한 생활을 했는지 출처가 불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 매일 오고 가는 길이었지만 눈빛만 간혹 주고받고 그냥 지나친다.

항상 지나오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그분은 행색이 남루하고 비롯 보잘것없어도 다른 여타 동가식서가숙 하시는 분들과 확연히 다른 분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의 행동이 진정 행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얼굴에 주름이 들고 이마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자연스레 파이고...

그러나 그분의 마음은 늘 정갈하였다. 이제 1년이 다 되어 간다. 말 한번 나누지 못하고 항상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시는데 잠자는 곳은 사시사철 두 개의 정자중에서 왼쪽 것을 사용하신다. 이유는 알 수는 없었지만...

이제는 겨울 채비를 하여야 할 것 같다. 그분은 추위가 다가오면 옛날에 어린 시절 즐겨하였던 놀이 중에 하나가 깡통차기 놀이가 있는데, 바로 그 깡통을 가지고 구멍을 내어서 그 조그마한 것에 종이와 나뭇가지를 부지깽이로 불을 지펴 높이가 3cm 되는 편상 아래 가운데에 지피고 위에는 남루하기 쓸모없고 짝이 없는 여름철 그늘막 하나의 1인용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한다.

그것이 그에게 가진 것이 유일한 전부 아닌 전부인양 그토록 애지중지 하신다 그분의 아침 기상나팔 소리는 새벽을 여는 사람과 일찍이 모이를 쪼는 새들이 그들을 깨우는 유일한 존재이다.

겨울에는 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여름에는 더워서 잠을 청하지 못하는 것처럼 늘 상 이곳을 지나칠 때면 측은지심이 먼저 든다. 간혹 지나가다 말 벗이나 건네볼까 하지만 동정심의 유발이 때론 그분들의 고운 심성을 무너트릴 수 있어 애써 외면한 채 지나가기가 일쑤였다

가는 것을 잡지 말며 오는 것을 거절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분도 잔차가 있고 트레일러 즉 직접 손수 만드신 고장 나서 이리저리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자동차의 떨어져 나간 부품들을 가지고 올여름에 부지런히 만드시더니 예비 짐 바퀴를 만드셨다.

바퀴는 버려진 인라인 스케이트 바퀴를 가지고 미니밴 깔창에 도르래 역할처럼 잘 굴러가게 만들었는데 한 가지 흠은 울퉁불퉁 한 도로와 턱이 있는 곳은 그 많은 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해한다. 그리고 앞과 뒷바퀴가 서로 다른 짝짝이다. 그래도 오랜 숙련된 생활 속에서 달인의 기질이 역력히 보인다.

그분은 총 짐이 5개이며 가방을 포함해 잡다하게 자전거 손잡이에, 그리고 뒷 민 트레일러 밴에 예전에는 짐이 많지 않았는데, 이분도 바깥 생활하더라도 삶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와 생필품들은 오래전에 꾸려야 했다는 현실감이 드는 것 같다.

그리고 2인용 아닌 1인용의 텐트는 청테이프로 찢어진 곳을 여러 덕지덕지 붙였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다는 것으로 다행으로 위안을 삼는 것 같다. 다만, 비바람과 눈보라가 칠 때에는 그냥 인고의 세월에 맡기는 것 같다.

지금에 와서 그 자리를 떠나왔지만, 어느새 삶이 힘들어질 때 가끔은 아주 가끔은 더벅머리 총각이 그리워질 때쯤이면 그분이 보고 싶어질 거다

2013. 추운 어느 겨울 기린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