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모래시계
- 청허(晴虛)와 청빈(淸貧)의 마음
하늘과 모래시계
- 청허(晴虛)와 청빈(淸貧)의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늘 청허 한 마음을 갖기를
하늘이 내게 물었습니다
두 눈을 뜨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 보라고 합니다
하늘을 덮었습니다
이윽고 어둠이 보이고
커다란 장벽이 보였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한쪽 손으로 한쪽 눈만 가리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말을 합니다
이번에는 하늘의 반이 보였습니다
다시 전체를 가렸던
양 손바닥을 내려놓으니
하늘이 그렇게 높고 넓으며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광명이 찾아온 듯하였습니다
하늘이라는 모래시계에
공든 탑이 쌓여가도
시간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모래시계에
시간을 담는 순간
모래의 알갱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무엇 하나
의미를 남기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설령 그것이
부족하고 외면할지라도
하늘 아래 땅이 있고
땅 위에
하늘이 있는 거와 같은 이치입니다
그 속세에 뿌리내리고 있는 한
나의 마음도 그대 마음도 모두
하늘의 것이 되어 갑니다
하늘과 같은 청허 한 나의 마음
바다와 같은 청빈 한 그대 마음
그 마음들이
곧 그대 마음이 나의 마음이며
공든 탑을 다시 쌓을 수 있는
무너지지 않는 성을
다시 이루게 하는 마음이 되어갑니다
2019.8.26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