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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02. 2020

4월에 서리가 내리면

- 잔인한 달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4월에 서리가 내리면

- 잔인한 달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4월 그날이 오면

아픈 기억에

가슴 저며오는 사랑이 찾아옵니다


새벽안개에 휩싸인 너를

그곳은

엄마가 나를

눈부신 태양의 햇살을 머금고 

태어나게 해 주셨고


아버지께선 나를

이 땅에 뿌리내려주기 위해

어두운 밤길을 달 없이 걸어와도 

무섭고 힘들지가 않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대가 없는 그곳은

더 이

모태 진공 속에 갇힌 새가 아니었습니다 


그댈 위해 잠시 끊어진 탯줄은

너와 나를 잇는

인연의 고리를 위한 길이 되었고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그 넓은 바다에서

우리가 만나는 우연이라는 바다에서

침몰한 배 위에 놓인 작은 뗏목 위를

리는 같이 손잡저어 가는

노스탤지어의 향수를

만들어가고 그리워했습니다


인연이라는

하늘도 도와주지도 만들어 줄 수 없는

거대한 굴레 속에 그대와 나는


잠시 풍랑을 만나 바다를 표류하는

정글 속을 헤매다 지쳐버린

작은 표범에게도 몸을 숨길 수 없었고

어슴프레 떠오른 초저녁 달에

먹기 좋은 식탁 위에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그해 파란 하늘 아래

운동회가 있던 날에

너와 함께한 100미터 달리기에도

숨을 거뜬히 넘어

계주를 이어갔을 정도였습니다


그대여

추억은 구름 속에 묻혀버린 세월을 탓하고

절망은 바다 심해에 어딘가에 있을

작은 마음만을 탓하며

아픔은 밀려왔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탓하고


못다 한 사랑 앞에 놓인

그대와 나의 모질 인연이

끊어졌다 하여 하늘만을 탓하지 말며


다시는

가슴 시린 마음을 인양하지 못하게

돌아오지 못할

사연일랑 만들지도 말며

돌아서서 안개에 휩싸인 마음도

더 이상 찾지 않도록

그대를 위해 기도를 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사랑 앞에 이별이 있고

이별 뒤에 눈물도 있으며

행복 뒤에  공허함이 찾아오듯

아픔 뒤에 어쩌면 우리는

더 성숙해져 있는

나를 보며 큰 위안도 삼겠지만


그것이 설상

믿음을 깨트리고 금이가 더라도

너무 상심하지도

서러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요


작은 우정 위에 피어난 우리는

지금껏 보여줬던

하나가 둘이 되어가고 

세포 분열이 되어  변해가는 나를 발견하면서


저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같은 안갯속을 헤맬지라도

태양의 작은 햇살을

더 이상

영원히 숨길  수 없다는 진실을

찾지 않을 뿐이라면서


4월에 서리가 내렸다고

나는 잔인하고 서러웠던 달이었다고도

진정 말하지도 않을 거랍니다


2020.4.2  안갯속에 둔치를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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