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 적악산(치악산 가는 길에서)
시. 갈대의 철학
태양이 숲 속 사이로 비추고
정열은 그 빛으로
열정의 땀 한 방울을 만든다
치마 바우 곁을 지나는
빛바랜 바위의
그을림에 녹아내린 땀방울은
머리를 적시고
찌든 더위에 이마의 미간 사이로
계곡의 협곡을 지난다
그 뒤에 또 다른 새벽이슬 마냥
말똥구리처럼 굴리다 굴러 내려온
커다란 땀방울은
이마의 갖은 협곡을 지나치기가 버거워서 인지
바로 눈으로 낙화된다
바닷가의 물길 속을 헤엄치듯
바닷물의 짠맛이 간간히 들어오는 것처럼
작은 땀 한 방울은
이내 곧 더위에 지친 목젖에
작은 생명수가 된다
그다음 갈래갈래 사잇길로 나 있는
화산의 심장부인 용암의 휴식처
두 쌍둥이 봉긋 솟은
화산 분출구를 스쳐 지날 때
온몸은 사시 떨듯이 경직되어 비로소
마침내 작은 땀방울은 긴 계곡의 협곡을 지나고
숨은 비경들 사이사이로 먼 여정길에 도착하니
촉각의 끝의 한 방울이 마그마와 융합되어
전율과 동시에 몸서리 쳐진다.
잠시 후 잠깐의 그늘진 휴식처에
몽롱한 의식의 사바세계를 꿈꾸듯
이내 뜨겁던 땀방울은 식어서
오로라의 환희를 느낀다.
가다 서다 반복의 제자리에
늘 그곳은 미지의 세계였다
어느 한적한 길에 접어들었을 때
나를 반기는 것이 시원한 바람이었는데
그 바람에 땀방울은 한 번에 식어서
등골은 오싹하지만
새로운 오아시스가 되어
뜨겁던 갈증에
새 기운을 충전하기에 부족하지 않고
작은 땀 한 방울이 모여
개미들의 세상의 나래짓에
그대들에게는
이것보다 더 큰 험난한 세상이 없나니
이제는 큰 홍수의 계곡을 지나칠 뿐
내 인생은 누가 뭐래도 걷는 것이었다
주야장천 지칠 때까지
나의 빰에 흘러내린 땀이
꽤 짭짤하고 달콤하다
짧지 않은 혀로 양쪽을 누비며
핥아먹는 맛이 제법 진국이다
산이 높아야 높은 바람이 불고
계곡이 깊어야 깊은 샘이 솟듯이
물이 깊어야
배가 넓은 바다를 헤쳐나갈 수 있듯이
우리네 인생사도 땀 한 방울에서 시작된다
2016.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