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May 05. 2021

겸가별곡(蒹葭別曲)

- 나를 탓하시게나

겸가별곡(蒹葭別曲)

- 나를 탓하시게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는 나는

그대와 청학동에 살리오


속세를 떠나는 마음을 두고

청학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청빈의 마음도 떠나보내며 살고 싶소


나는 그대와

서산에 해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해미읍성에 당도하여

청허정에 들러 불어오는 바람에

참된 마음도 버리며 살아가고 싶소


그리고 설악산 만경대에 올라서서

수려한 경관에

세상만사 한 시름을 잊으며 살아가오


천불동 협곡에 흐르는 물살에

마음도 씻기면

번민과 번뇌로 덮인 마음도

한 순간에 붓다의 마음을 가져도 좋지 않겠소


이래나 저래나

그래도


내 마음은 바람의 마음이려니


모두가 지난 마음이었고

모두가 가질 수 없는 마음이었고

모두가 예정된 기약 없는 마음이었기에


손을 뻗어

잡으면 잡을수록 잡히지 않는

그대의 뜬구름과 같은

마음이 되어가더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떠밀려 따라온 발길 따라

그대 마음이 머무는 곳


강가에 물고기 노닐고

철 따라 곡식 심어 헤아릴 줄 알며

나와 그대의

알량한 자존심도 벗어버리고


부족할 때가 넘치는 마음이 되도록

작은 것을 보면

더 큰 마음이 되어가고


하늘을 바라보면

갈대의 마음이 되어가는

철학이 깃든 마음이면 더욱 좋겠소


빼어난 절경이 있다 하여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야 없겠지만

삼수갑산에 둘러싸인

세속에 메인 몸이 된다 하면


이내 마음이 유수한 세월을 탓하여

강물에 흘러 보낼 수 있는

이곳에서

겸가 별곡을 불러볼까 하더이다

2021.5.5 간현유원지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꽃동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