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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목길 그 집 앞

- 새벽의 빵집

by 갈대의 철학

그 골목길 그 집 앞

- 새벽의 빵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늘도


그 골목길 그 집 앞을


그 길을 따라 걸어 나섭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


조금 질퍽질퍽 한 소강상태인


그 골목길에


그 집 앞 새벽의 빵집을



새벽 맑은 공기에


흘러 떠나 온


갓 구운 빵 냄새는



그 골목길 그 집 앞을


스쳐 지 날 때면


새벽의 빵집은 내게


늘 부산스러운 존재가 되어갑니다



나는 오늘도


그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그 집 앞 가게 앞을



그대 창가에 내민 빨강 장미가


밤새 비에 젖어 떠는 아름다움에


마치 내 집인양


서성이며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창밖 진열대에


수북이 쌓아 올린 빵탑이


오늘은 왠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을 바라볼 때면



언제 다시 쌓아 올릴지 모를


쇼윈도에 빵 굽는 냄새에


어느 빵 굽 이의 부단한


손동작만이 그날의 매상을 말하는지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나만 어설프게


한참을 바라보게 합니다



머무르고 망설이다시피 한


내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러할 거라


의례 짐작하게 하였지만



어느새 새하얀 머릿속엔


새로운 마음이 일었는지


진한 커피 향내가


내 코 끝을 자극시켜 떠나갈 줄을 모르고



파도에 이리저리 물 믿듯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그대 마음이 되어갔습니다



이윽고


작별을 고할 때가 다가온 것을


익히 헤아릴 줄 알게 되었을 때



축 처진 양 어깨 사이로


둘로 나눠진 계곡에


물이 한 방울 떨어지며


깊은 계곡 길이 되어갔습니다



뒤돌아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둘러맨 가방을 바라보는 것은


내 자아의


깊은 향연에 대한 빵의 예의가


아니길 바래었는지도 모릅니다



일찍이


그 골목길


그 집 앞을


지나가지 말았어야 하였던가요



아쉬움은 늘


태양 아래 그늘진


그대 떠난 뒷모습만


여울지게 하고 말았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그리움의 빵 한조각도


집지 못한 채 남겨두고


이별을 고하게 되었을 때



늘 그 자리가


그대가 머물다


떠난 자리가 되어왔다는 것을



전날에 빵이 숙성이 되어


부풀어 올라


오픈에 노릇노릇


달콤하게 갓 구워 나온 그 마음을


아직도 나는 기억을 합니다


2021.7.1 장미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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