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 꼬부랑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솔길 따라 가면
그 엿날 우리 아버지
장작 패어 땔감 만들고
여름이면
커다란 화덕에 옥수수 감자 쩌먹고
가을이 오면
가을 언덕 위에 올라
초저녁 어린 달빛 떠올라도
돌아올 줄도 모르는 우리 아버지
저 멀리 어슴프레
그림자 하나 들어서면
총총걸음 고깔 신 들고
싸리문 나서는 우리 어머니
지게에 하나 가득 낭귀 짊어 매어
"애들은 우짤라고 마중을 나와 쌌노"
괜스레 떠나온 길 달래며
다시 되돌아보는 길에 우리 아버지
꼬부랑길 따라가다 보면
우리 어머니 쟁기 들고
뒷산 일구어 화전민 삶이 고달파
" 이 삶이 언제 끝나노 참말로 하늘도 무 심타"
매일매일 곡괭이 질에
허리 굽어 치며 눈물 대신
하늘 한 번 올려다보는 길이 그 길이로세
나의 길은 두 갈래가 한 갈래 길
우리 어머니 아버지 걸어은 길
따라나서는 길이 아리랑길 되었네
한 올 한 올 수놓은
청산리 텃밭에 수놓은
우리 어머니 시집올 때 들고 온 청사초롱에
화실 지나 따라온 길은
님 생각나 뒤돌아 본길
님 기다리다 봇짐 내려놓은 길은
고갯마루 따라나서는 님 마중 나온 길
가시는 길은 님 따라나서는 길이
평생 돌아올 수 없는 꽃길이 되었네
"꺼이꺼이""꺼이꺼이"
울지 마라 까마귀야
네가 울면
우리 고운님 극락왕생 길 더디 간다
2021.8.16 강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