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것이 낙엽만이 아니었어
- 가을을 맞이하는 것들
떨어지는 것이 낙엽만이 아니었어
- 가을을 맞이하는 것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이 멀어질라치면
손 뻗어오면 금세 여름 하늘은
그대 것인 양 요동을 쳐왔습니다
그해 여름날
뭉게구름 하나 가득 한국자 떠서
아이스크림 만들고
때로는 하얀 설빙 꽃을 피워내어
그 위에 얹어놓은 팥빙수를 바라볼 때면
그 순간만큼은
우리의 삼팔선도 무너지고
비무장지대의 지뢰밭은
온갖 폭죽으로
여름 밤하늘을 수놓습니다
그대의 여름 하늘이 저만치
멀어져 가고
더 높게 하늘 높이 오르면
더 이상의 일그러진 우리들의 자화상도
그리운 하늘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이
가을 들녘 바라보이는 그 언덕 위에 누워
점점 깊어만가는
가을 하늘을 위로하였습니다
여름 떠나보내고
그대 진한 입술에 묻어난 생크림을
더 이상 맛볼 수가 없었기에
다시 찾아오는
가을바람 불어오는 곳으로
조용히 여름 백조자리가 지나온 자리는
은하수 길 따라 떠나온
어느새 땅거미 진 동쪽 밤하늘
어슴프레 떠오른
또 다른 한국자 따라가다 보면
사냥개 사냥 떠나는 사랑꾼 별자리가
길 잃은 이의 밤길 밝혀
떠나온 길 자리가 되어
가을 밤하늘 따라 걸어가 본 즉 합니다
가을은
평화의 마음에 안식을 줍니다
옹기종기 모여 사랑하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보금자리
따뜻한 겨울을 보내려고
풍요로운 마음과 자족을 안겨줍니다
초록이 물들었던 전성시대는
이제는 그 막을
서서히 대미를 장식할 테지만
공허한 마음에 가득 채울
그리움과 기다림의 표상은
기나긴 여름 떠나보낸 아쉬움에
다가올 무르익을 가을이 대신하여
그 자리를 채워져 갈 거랍니다
이제껏 떨어지는 것이
낙엽만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다시 맞이하는
올 가을을 맞이하는 것들에서
나는 우연찮게
일어나지 않을 거란 마음이
기다림에 대한 그리움의 대상이
그대가 아니기를 진정 바라봅니다
2021.9.4 시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