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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0. 2021

날파리가 취했다

- 세상에 취했다

날파리가 취했다

- 세상에 취했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이런

누가 나의 술잔에 기웃거리는가

나만 이 현세에 취하는 게 아니었던


어허 쯧쯧

너  같이 하찮은 미물도

웬 사연에 독에 취하려 하는가


그려

자네나 나나

취하는 건 매 한 가지 일세 그려


우리 진하게 맞 잔뜨며

거나하게 한잔 걸쳐보세나


그러면

세상이 돌거나

나나 자네가 돌거나

내가 취하고 자네가 마셔도

요지 부동하던가


아님

자네가 취하고

내가 수문장이 되던가

그렇지 못하면

우리 그냥 함께 끝장을 마시련


이래나 저래나 한 세상

내가 좋아하는 메뚜기 안주가 없어

허전 하이


가을날 메뚜기가 글쎄 말일세

아침 새벽이슬에 메뚜기 날개가 젖어

날개를 퍼드덕거리지 못해 잡으려 가면

벼이삭에 쉽게 잡을 것 같은데 

보여야지 잡힐 것인지 말 것인지 하니 말일세


이놈들이 햇살에 펄쩍펄쩍 뛰어야지

어디 있는지를 알게 되지 않나 말일세


그래서 오늘은

그냥 김치 한 종지와 막사발이니

우리 서로 주거니 받거니 우정을 나눔세


쿨쿨쿨

혼자 쓰러지고

혼자 남는다


꺼이꺼이 잘 넘어가네


날파리가 말을 하네

막사발에 내가 풍덩한 것이 아니라고

막사발이 거기 있다 날아가다

떨어졌을 뿐이라면서 말이네


2021.9.10  막걸리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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