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Sep 16. 2021

방아깨비야

- 물레방아야

방아깨비야

- 물레방아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연지곤지 디딜방아

우리 엄니 몰래한 사랑 되었어라


겨운 두 개 다리 걷고 이고 

내저으라는 마음 새에

자식사랑 입에 풀칠 말라 연신

절구통에 밥알이

팝콘 터지듯이 솟았어라


김매시랴 추수한 마음 거두시라

밭일 농사에 소 죽 이고 먹이랴


소야 소야 농사 지었어라

대신 울아부지

어깨 어찌 남아 있으랴


힘든 두 어깨 새끼줄 동여 메고

어기여차 어기여차 

어서 라차 어서 라차 하고


돌아라 돌고 돌아라

세상도 돌고

강물도 굽이굽이 돌아 흐르고

구름도 흘러 흘러 떠나가라 


우리 엄니 아부지 마음도

지축을 울리는 소 발굽도

아버지 힘겹게 내리밟은 싸리문 열고


연자방아  돌아가네 잘도 돌아가네

음메에~ 음메 ~ 워워워 워낭소리  들려

함께 저 세상 떠나려 하는구려 


"아부지 소가 밭일하느라 힘들었어랴

이랴 이랴 소리도 없이

연자 돌아가는 소리가 예전 같지 않으셔랴

소도 이젠 달구지 늙어나 가서랴"


탁탁탁 쿵쿵쿵 덩덩덩

잘도 돌아가는 물레방아 소리였어랴


주르륵주르륵 축 철썩

츄르륵 츄르륵 축 첨벙


자식들 저녁연기 피어오르다

신나게 뛰놀다

꼬르륵꼬르륵 배 고파 울리는

우리 엄니 저녁밥 먹으라는 신호탄이었어랴


울 아버지 울 엄니

자식들 지쳐 곯아떨어져

잔잔하게 코골음 소리에 흔들리는


호롱불 잔상 아래 스며든 아득한

따뜻한 마음에

문지방 창살 사이로 내비친

어린 달빛에  팔월 한가위가 다가오셔랴


가뭄에 쉼 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에

우리 사랑 들킬세라 두 귀 쫑긋 거리면


비 방아깨비야

우리님

반갑다며 인사건네주는 방아깨비야


달을 바라보는 마음에

어찌 구슬피 울어 마다하는

네 인생에 내 인생이 다가와

달빛에 어리어 비춰 떠나갔으랴


2021.9.4 칠봉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안개는 감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