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 망경대(望景臺)를 찾아서
망경대(望景臺)-설악산 오색 만경대를 찾아서
- 망경대(望景臺)를 만경대라 못 부르고 만경대(萬景臺)를 망경대라 못 불러보는 마음을 어이 하나
- 둘러 둘러보아도 내 발길이 여기까지 왔는데 너는 아무런 기척도 없구나
- 구구만리 목이 메어 울어본즉 짧은 목이 어찌 사슴 된 목을 아르냐 마는
시. 갈대의 철학
만경대야
네 이름이 무엇이더냐 물었더니
풍광도 아니요
경관이 미더워서 만경대라 일컫어 달라네
수천의 얼굴도 아닌 만 가지 형상도 아니요
그대 얼굴이 수십 가지 아닌 오만상을 하여
만경대라 부를 수 있다 하니
점봉산과 설악산을 사이에 두고
한계령 구비구비와 함께
역사의 아픔과 함께하고
그 길 따라 흘러가다 보니 네 물과 만나
잠시 이곳이 어디냐 하며
쉬어가다 풀썩 주저앉아 버린 곳이 만경대이로구나
설악의 서부능선을 타고
바람의 나라도 잠시 쉬어가고
공룡 성을 곁에 두고
구비구비 돌아가는
점봉산 자락에서 흘러 흘림골이더냐
계곡이 수려하다 못해 빼어난 절경과
선녀들의 부끄러움을 감출 세라
항상 날씨가 흐린 듯하여
안개 자욱한 그곳을 지나칠 때면
오랜 침묵으로 일관되어 지켜온
숲 속의 신들을 깨우기가 두려운 거더냐
네 태어난 지 1970.3 윌에 민족 동족 간의
아픔을 달래며 치유하고
아픈 마음과 상처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나 홀로 고군분투하여
무수한 세월 안에 인내도 기르며
나 홀로 지내온지 어언 46년이 지났거늘
네 빈자리의 여울이 이렇게 너울져
떠나는 마음 앞에 기다리는 마음보다 크냐마는
이 산천 초야에
너의 굳은 심지와 절색 가인 황진이도 부러워하는
기개와 절개 못지않은 너였기에
더욱 안쓰러운 마음 기릴 수밖에 없더구나
홀로 이곳을 찾지 않고
밤낮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너 떠난 후 그림자밟기 연습중었더냐
찾지 말라 찾을 거라 길 없는 길이 어디 있소
있을 거라 없을 거라 길다운 길이 어디 있소
길다운 길 가라 길 같지 않은 길 가라 없네 있네 하소
돌아보면 그 자리에 맴돌아 서성이게 해
돌아서면 그리움에 또 젖어서 발만 동동 구르게 해
한발 두발 걷고 앞에 가니
세발 네발 자욱 내 디딪다 멈춰 뒤돌고
아련해 아롱거려 네 모습이 잊을세라
점봉산이 지켜보네 만경대야
설악산이 눈을 부릅떠 또다시 흘켜보네 망경대야
무엇에 흘렀는지 흘림골이랴 부르냐 마는
이를 두고 주전골에 접어들면
내 몸은 여기에 들어서면
떠나 올 때 부자라
들어올 때 서면
땡그란 엽전 한 냥 없는 빈털터리 일세
떠나 올 때 마음 그님에게 남겨두고
찾아올 때 마음 내 마음에 남겨두니
내 마음 네 곁에 둘 곳을 잃어
나도 몰라 에헤라 만경대야 망경대야
탁주 한 사발에 이리 취하니 주전골이랴 부르랴
흘림골에서 흘러 주전골에서 만나랴
46년간의 한을 풀어주려
네 심히 여기 불러 본 즉 하여 찾아왔나니
1950년 6.25가 발발한 지
어언 잇 해가 지났거늘
산초 초야가 불바다가 되고
네 모습은 그곳에서 묻힌 지 오래
찾아 돌아올 길 없었구나
그동안 네 얼굴 잊을세라
밥 구녕에 목구멍이 메이고
봄이면 꽃단장에
여름이면 하늘의 천사들이 멱을 감으며
가을이면 오색단풍을 수놓고
겨울이면 하얀 설봉의 아름다움을 주는
맵시 있고 우아한 고이 간직한 너의 자태를 보기 위해 왔다
그 이름 불러보지 못하네 만경대야
내 너를 친히 아끼는 마음에서
내 자서전을 선물하련다
풍경이란 위에서 올려보아야 하는 맛이더냐
풍광이란 아래에서 내려보아야 하는 맛이더냐
너를 곁에 두고 멀리 타향살이하는 마음
곁에 두지 못하고 품지 못하는 마음
그대는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오랜 세월 속에
두귀 멀어 세상사 이야기가 그리 듣기 싫었더냐 달관하지 않았더냐
두 눈멀어 세상사 이야기가 그리 보기 싫었더냐
침묵에 46년 동안 말 못 할 또 다른 벙어리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더냐
만경대야 망경대야
내 다시 너를 반기는 날에는
아주 여유 있게 1박 2일 하고
너에 대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보듬어 주려하려무나
그리하여 너의 오랜 달관되지 않았던 삶도
나와 긴긴 주전골에 빗대어 찾아오는
그들과 지내온 숱한 감춰지고
못다한 벙어리된 마음을 달래주어
숨은이야기로 꽃을 피워 주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