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와 양반

- 알량한 자존심과 양심

by 갈대의 철학

거지와 양반

- 알량한 자존심과 양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거지도 아닌 듯한데

말쑥한 채로 무엇이

그리 빈곤한 행세를 하는가


연례행사처럼

피는 꽃도 아닐진대

올림픽처럼 돌아오는 행사를

토너먼트 식으로 오르려 하는 것이

진정 그대와 나를 위한 일인가


사뿐히 구름 위를 걸으면서

발자국 소리도 내지 않고

허공에 흔적도 남기지 않으면서


구걸을 밥 먹듯이 일삼으니

한 고비 두 고비 넘겼다고

넙죽 절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넙죽 내가 절을 해야

살아가는 마음이 되어가니 말이오


뭐 이런 세상이 다 있겠소


거지는 배고픔에

한 끼도 구걸하는 게 바쁜데

그대들은 배도 부르면서

철판 깔고 구걸을 하니

무슨 낯짝이 그리 두텁고 두껍소


배고픈 이에게는

일용할 한 끼 식사도 아니 될 터인데


그대들은

주먹구구식으로 말을 일사천리 하니

그놈의 변론은

이곳에서는 하지 말아 주오


보기도 싫고

역겹고

지겹고

입신양명에 열면 입만 나불대는

나팔수와 따로 없구려


훗날에 그대가 그 자리에서

처음의 마음이 아닌

돌아선 마음이 들 때에는


그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용기가 서거든

그때 구걸하면

내 심히 그대를 침소봉대하리오



2022.1.9 시골 섬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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