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과 어머니

- 어묵과 붕어빵

by 갈대의 철학

장날과 어머니

- 어묵과 붕어빵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횡성장날 떠나온 날

매서운 찬기운에

몹쓸 찬바람에

우리 엄니 지나온 길 따라나섰지


세월이 깊어도

그 넓고 넓은 한량없는 마음

어디 매일 장날이 오면

얼굴이라도 잊어버리지 않게


5일 널뛰듯이

남의 대문 넘나 기우듯

오늘은 왜 이리 서글프오


차가운 손 반짇고리

입에 물고 떠나온 지가

18세 소녀의 마음에


그리워할 사이도 잠깐

동지섣달 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설 명절에 강남 갔다 떠나온

제비만 그리워한 하늘만 쳐다보오


옛 고사리 손 고이 잡고

이리저리 시장 누비던 때에

배고파 잊어버릴 손도 다그쳐

호떡, 호빵, 어묵...

모락모락 안개인 듯 피어나는

운무에 가려진 얼굴들


눈 돌릴 사이 없이

인파 무리 속에

우리 엄니 손 놓쳐어라


파장하던

이리저리

추운 날씨 거들떠보지 않아

언저리 장 입구에 들려온

귀에 익은 정다운 목소리


" 어디 있었노

이 눔의 자슥아

장날은 무슨 장날이고 "


그렇게 모질 생의 마음이

이리 어찌

따뜻하게 들려오는지


그 마음이 아련하게

두 손 꼭 잡고 놓지 않던 마음


지금에서야

어머니 손을 대신해 잡아주던

그 고운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그대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더이다



2022.2.6 횡성 장날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