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쓰러진 봄비

- 봄비에 쓰러진 갈대

by 갈대의 철학

봄바람에 쓰러진 봄비

- 봄비에 쓰러진 갈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비가 봄바람에 살랑살랑 일 때면

제 너머 언덕에 서성이고 있을

그리운 마음 하나 그려본다


봄비에 젖어 펄럭이지 못한

그대의 나풀거리는 치마가

봄비에 젖어 날갯짓을 하지 않는다


봄비에 휩싸인

나부끼지 못한 두려움과 아쉬움은

오늘만은 햇살을 그리워하지 못할

그리움 대상 하나 찾으러

저 강줄기 따라 걸어가야 한다


불어오는 연약한 봄바람에도

쓰러져간 갈대의 나래짓에

보이지 않는 구름 속 긴 터널 속 항해는


이 비가 그치고 난 후에

다가올 한 햇살의 여력에

불어오지 않을 봄바람에 한 가닥 희망은

너를 위해 다시 일어나야 한다


저 멀리

언저리 너머에 있을 햇살에 기우듯

바다 건너 불어오는 서풍에 맞서는

서서히 메말라가고 쪼그려 드는

최후의 만찬에 오를 시식을 위한

조기의 슬픈 눈을 기억해야 한다


유유히 흐르는 저 섬강 물줄기 따라

휘어지며 쓰러져 가는

강물에 떠도는 갈대의 표류가

우리들 사랑의 이정표가 되어버린 지금


아침이 오기까지

나는 오늘도

이 길을 걸어가야 한다


섬강 물줄기의 위용 앞에

태기 왕의 마지막 처절히 울부짖어

흘러내리는 용루가

나의 눈물이 되어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남쪽으로 흘러 떠나가지 마라


그곳은 이미

수없이 많은 고기떼들이 떠나가는 곳

그래서 너의 강줄기는

힘차게 물살을 역행할 수밖에 없는

장어의 마지막 꼬리 춤에 흔들려 버린다


이제는 옛사랑도 떠나고

봄바람에 봄비도 이기지 못한

기다림 하나로 버터 본다


나의 발길은

봄바람에 떠나온 봄비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마음의 성곽만이 무너지지 않고

이곳을 총칼 없이 지키고 서있는다


마지막 서풍이 불어오는 쪽으로 가자


나는 너의 가는 길에 물어

나는 나의 가는 길을 내어

그곳에 우연인 듯 아닌 듯


옛 기억을 더듬는

미로 속을 찾아 떠나는 나그네 되어

마지막 물줄기와 만나는 그곳에서

비 그친 서산에 걸쳐있는

붉은 석양을 뒤로한 채

너를 기다리련다


혹시나 행여나 하는

조바심을 뒤로한 채

봄바람에 봄비가 휘몰아치는

섬강 들녘길을 혼자서 걷노라면


봄비에 젖어 나풀거리지 않는

한 폭의 치마가

태양을 덮을 사이도 없이


그때의 마지막 우리들 만남은

지평선을 바라보며

우산 속을 함께 걸어가지 못한 여운에

세찬 비바람에 쓸쓸히 흔들려 버린


위로와 좌절이 없는

노스탤지어의 마지막 바람이 불어오는

나의 힘없는 우산은 깃대가 되고

그대 치마가 깃발이 되는


저 굴곡의 역사에

표류가 될 바다로 항해하는

아라리 처녀의 아리랑 뱃사공의

슬픈 노래를 불러보며 떠나보자


봄비를 맞아도

차갑지가 않는 것을 보고

내리는 빗줄기에

대지에 새싹이 돋는 것이

내 마음에도 이제는 봄이 오는 것을 알기에


오늘 같은 날

봄 장화 신고

노란 봄치마에

봄 마실 나오는 그대가


저 멀리 섬강길 언덕 고바우 길에

가녀린 손짓이 보일라치면

반가이 손짓하는 이가 그대였으면

나는 더 바랄게 없이

그대 품으로 달려가나이다


봄비가 봄바람에

힘없이 나부낄 때면

봄비에 그리운 마음도 적셔올 거라

그래도 봄비가 주는 정감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네


섬강길 따라 떠나온 이 길에

저 멀리 봄바람에 쓰러져간 봄비가

이제는 제법 어른스럽게

네 품에 안겨

긴 여정길에 지쳐 쓰러져 간다


2022.3.26 섬강 들녘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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