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병사의 일기
- 무덤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
어느 병사의 일기
- 무덤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늘도 지친 발걸음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꽃잎 떨어지듯
가을 낙엽 떨어지듯이
모든 것을 기다린 나를 위해서
홀로 전장에서 나부끼는
어느 슬픈 병사가 외로이
폭탄과 함께 파헤쳐진 불구덩이에
덩그러니 파묻힌 채 나와있는
그 긴 흰 겨울철 들녘에 모질게 찬바람
불어오던 날
늑대의 하얀 송곳니가 흰 눈 보다
더 하얀 이빨로 드려 내놓고
남겨진 앙상한 뼈마디의 손 길에 묻어난
이름 없는 총성에 아우성치듯 들려와
그렇게 깃발은 어느 폭탄 웅덩이에 함몰된
어머니의 젖가슴에 아직도 태어나지 않는
젖 비린내를 이리저리 찾아 헤매는
낯선 이들의 울부짖음에
한 아이는 저 나부끼는 깃발이
마치 어머니의 풍만한 젖꼭지를 찾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듯
그렇게 어느 병사의 무덤은
그 웅덩이가 꿈에 그리던 파묻힌
그리운 얼굴의 어머니 품속 인양 묻히고
한쪽 손은 승리를 기원하듯 애처로이
떠나와 손에 잡힐 듯 피바람에 나부끼는
전선의 위용 앞에 더욱 펄럭거린다
어느 병사의 일기장에 쓰다만
어느 별빛은 이미 죽어서 떠나와
빛나는 별이 되려고 하고
저 별빛은 아직도 청춘을 다하지 못해
젊음을 불사 지르기 위해
태어난 별빛이 되고 싶다고 한다
소용돌이가 멈추고 이곳을 지나는
어느 나그네의 낯선 발길에 묻어난
잠시 쉬어간 자리에
어느 병사의 이듬해 피어날 꽃 한 송이는
바람에 꽃씨 흩날려 떨어진
네 무덤가 머리맡에 누운 자리에 피어난
한 소년의 자리가
진자리 되어 다시 태어난다
2022.4.6 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