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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06. 2022

어느 병사의 일기

- 무덤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

어느 병사의 일기

- 무덤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늘도 지친 발걸음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꽃잎 떨어지듯

가을 낙엽 떨어지듯이

모든 것을 기다린 나를 위해서

홀로 전장에서 나부끼는

어느 슬픈 병사가 외로이

폭탄과 함께 파헤쳐진 불구덩이

덩그러니 파묻힌 채 나와있는

그 긴 흰 겨울철 들녘에 모질게 찬바람

불어오던 날

늑대의  하얀  송곳니가 흰 눈 보다

더 하얀 이빨로 드려 내놓고

남겨진 앙상한 뼈마디의 손 길에 묻어난

이름 없는 총성에 아우성치듯 들려와

그렇게 깃발은 어느 폭탄 웅덩이에 함몰된

어머니의 젖가슴에 아직도 태어나지 않는

젖 비린내를 이리저리 찾아 헤매는

낯선 이들의 울부짖음에

 아이는 저 나부끼는 깃발이

마치 어머니의 풍만한 젖꼭지를 찾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듯

그렇게 어느 병사의 무덤은

그 웅덩이가 꿈에 그리던 파묻힌

그리운 얼굴의 어머니 품속 인양 묻히고

한쪽 손은 승리를 기원하듯 애처로이

떠나와 손에 잡힐 듯 피바람에  나부끼는

전선의 위용 앞에 더욱 펄럭거린다

어느 병사의 일기장에  쓰다만

어느 별빛은 이미 죽어서 떠나와

빛나는 별이 되려고 하고

저 별빛은 아직도 청춘을 다하지 못해

젊음을 불사 지르기 위해

태어난 별빛이 되고 싶다고 한다

소용돌이가 멈추고 이곳을 지나는

어느 나그네의 낯선 발길에  묻어난

잠시 쉬어간 자리에

어느 병사의 이듬해 피어날 꽃 한 송이는

바람에 꽃씨 흩날려 떨어진

무덤가 머리맡에 누운 자리에 피어난

소년의 자리가 

진자리 되어 다시 태어난



2022.4.6 대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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