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 단설(短雪)

by 갈대의 철학

첫눈
- 단설(短雪)
시. 갈대의 철학



첫눈이 나리는 날에는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으로 둘러싸인다


한 올 한 올 흘러내릴 때마다
한 없이 다가서는 그곳에

느낌과
감정은
그대 앞에 율동이 되고

그리운 그녀의 따스한 봄날에 내 비친
가느다란 선율 세에 흩날리는 냄새처럼
향기롭기 그지없어라

네 코 끝 사이로 다가설 때마다
마치 아득한 미로 속을 헤 일듯 하는
그녀의 진한 눈을 사랑하고
그녀를 포옹했었다

하염없이 뒹굴기도 하면서

온 세상의 모든 눈(雪)들이
우리를 축복해 주는 양

쉼 없이 그녀의 가느다란
어깨 선율을 의식하지도 않았었다

그렇게 첫눈 쌓이는 날에는

이국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곳으로 간다

하얗게 쌓인 태백산 등산길 따라 접어 돌고
빛바랜 설경(雪景)은

그 님의 손 닿는 곳곳마다 설 눈 되어 녹아들듯이
녹아드는 작은 이슬이 눈망울이 되었네

세월은 우리를 무어라 말하련 가 보다
이 눈이 설령 비 되어 눈으로 바뀌더라도
다시 이 눈이 비 되어 내 눈을 젖을지언정
모처럼의 이 따뜻하고 포근한 단설(短雪)이

여느 때처럼 고마운 것은
그 님도 이 순간을 위해

이 혹독한 겨울들을 일찌감치 기다려 왔기 때문이다


옛길 걸으며...기린봉 가는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