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떼기

- 정 떼기

by 갈대의 철학

마음 떼기

- 정 떼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정 하나 남겨두었더니

바닷속 깊이 노닐 던

물고기는 온데간데없고

잠자던 마음 하나 깨어나

건져 올려지는구나


정 하나 떼어놓았더니

이놈의 정이 정말

정말로 지긋지긋하더니


며칠 굶주린 집 나간 바둑이가

정에도 굶주린 나머지

미더운 마음 하나

보일라 치듯이 하네


주인을 반긴다는 것이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곱절되어 냄새를 킁킁 맡아가는구나


아 이를 어쩌나

드디어

마음 하나 남겨두었도다


기분이 홀가분하게

저 하늘에 나비처럼

사뿐히 즈려 앉고

헐헐 도움닫기 잘해

태양의 나라로 사라진다


정이라는 것이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오


여기 붙으면

떠난 정이 그리워 시나브로

다시 찾아와 내공 깊숙이

또 다른 박테리아 세균이 되어 번식되고

때로는 암세포처럼 점점 번져서

복제 박제되어가니 말 이외다


왠지 아오

마음 하나 떼어놓으려는 순간

미련이라는 것이 남아서

스스로 떨어지는 법이 없었으니

정이 파리 끈끈이 마냥 붙어서

다시 떨어질 줄을 모르더이다

서서히 식어가는 줄도 모르니 말이오


가히 명불허전이 따로 없소

그래도 나는

가는 것을 붙잡지 아니하리오

떠나지 않는 것을

굳이 떠다 밀쳐야 되겠소


절벽이라면 모를까


2022.6.11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