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말이 없다

- 사람의 입과 말

by 갈대의 철학

기차는 말이 없다

- 사람의 입과 말


시. 갈대의 철학



사람의 마음은 약하여 살얼음과 같으며

인간의 심장은 강하여 돌보다 단단하니

사람이 양심을 버리면 차가운 동굴 속에 있는 거와 같고

인간의 영혼이 병들면 차가운 물속에 잠긴 거와 같다

술에 물 타면 술이요

그러면 덜 취하리이까


아니면


물에 술을 타면 물이요

그러면 더 많이 마시리이까


아니면


물에 독을 타면 독이 되오리까

그러면 염려가 되더이까


독에 물을 타면 물이 되오리까

그러면 안심하오리까


사랑을 많이 준다고

그 사랑이 이 사랑이 된다고 생각하오


사랑을 덜 받으면

이 사랑이 그 사랑이 될 수다고 생각하오


인내의 미학 그거 있잖소

참을 만큼 참았으니 폭발하지 그렇겠냐고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타인이 하면 불륜이 된다는 논리 오리이까


적당히

적당학의 미학이 있잖소


기차 있잖소 기차

기차는 왜 평생 말없이 이 사람 저 사람들을 싣고 평생 다니는지 아시오


그저 기적 소리에 묻혀서

세상의 모든 시름을 다 수용하고 포용하며 감내한다는 인내를 싣고 떠나기 때문이요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이라 불리오지만

기차 화통을 삶아 먹어도 먹어도 시원스레

말 못할거라 여기며 떠나니 말이오


말을 아껴야지 입이 하나인데 어떻게 하겠소


귀는 두 개이니 그렇다고 하고

눈도 두 개이니 또 그렇다고 하고

사람의 인체 구조가 거의 그러할진대

유독 입이 한 개이니 주워 담을 수가 없는 거외다


그런데 그거아오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과

이러한 말 한마디에는

항상 책임이 따라오게 되어 있소


그 책임이 말이오

그저 단순하게 내뱉었으니

나는 모르는 일이오가 아니라


이것은 화살처럼 한번 떠나면 과녁을 향해 날아가게 되어 있지 않소이까


시간과의 싸움이며 날아가다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변화무쌍하게 변형되어서 도착하니 말이오


그래서 어원이라게 있는게요

말의 어원인 말의 근원지 말이오


입과 말은 모태본능에서 나오잖소이까


기차를 타고 이리저리 길잃은 방랑객 마냥

여기저기 떠나는 길 떠나는 길손밖에 되지 않소이다


어느 이름 모를 기차에 내 몸을 짐짝 싣듯이 떠나는


한 사람 한 인간이기 전에

그해 뜨겁던 여름철에 울어지칠때까지 울부짖을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매미의 일생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오


한 손에는 부질없이 내몸에 기대우는 지팡이를 자랑삼아 베개삼아 길떠나는 신세이지만

처량타 한들 원망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신세요


다른 손에는 세월을 낚을 수 없는 초췌한 마음이

또한 가둘 수 없는 마음이더 이다


그 한 사람이 오래전 기차와 동고동락한들

그들의 삶에 애환으로 함께하며 지나왔다고 말하고도 싶지 않소이다


어언

아라리 아리랑 아라리 넘나드는 고갯마루 길보다 더 먼 길을 걸어왔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소 이다


차는 그래도 참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두 레일 위를 안정적으로 떠나 달려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말이오


생각해 보소

한쪽 다리로 서있는 기분이라는 게

그리고 눈도 감아보고가리처럼 해보시오


혹시 아오

멀리서 보면 한쪽으로 잘도 서있네 하면서 놀리기도 하고

가까이서 보니 한쪽 다리를 포개어 갖추어 진실을 착시 현상케 하니 말이오

착시 착란 착오


하하


가만히 눈을 감고

한쪽 다리를 들고 서있을 때와

두 눈을 모두 뜨고 서있을 때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지 않소


입이 하나이다 보니

이말 저말 옮기기에 참 쉽소

두 개였으면 큰일 나지 않게소이까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소이다 그려

두 말씨가 동시에 똑같은 말을 한다는 것을

잠시 잊어버렸소이다.


허허

몸에 난 종기는 처음에는 살짝만 건드려도

온몸이 아파오고 여운이 오래가지만

몸에 면역력이 생기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감이 홍시 여물듯이 되어

상처는 아물어 마음은 금세 잊혀간다.


그렇지만 불에 덴 화상 자국처럼 낙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