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 상전에
여명
- 부모님 상전에
시. 갈대의 철학
깜깜한 새벽길
질통 동여 매고
피난길 오르듯
바쁜 채비를 하듯 떠난다.
가방에
어찌 기고한 사연들을 실은 듯하여
소싯적 아버지 베개 틈 사이로
비비대며 어머니 품속 마냥 기대 오던 새벽녘에
애들 잠 깰라 조바심에
그리 큰 헛기침도 마다하고
동이 트기 전 새벽길 오르시는 그리운 님
그 옛날 아랫목에
이불 걷어 채고 또 걷어 차이고 채여도
어린 가슴 쓰다듬어 이불 포개어 덮여주며
여명이 오기 전에 뒤돌아 앉아 씁쓸한 빈 웃음에
담배 한 개비에 새벽을 등에 업으신다.
찬이슬
그리 찬바람도
마음에 찬 서리가 내려앉아 있을 사이도 없이
문지방 턱도 모자라 바지 바지 엮어서 만든
이부자리 옷 자리 기우고 누비시며
빈자리 허전함을 늘 손수 메우시고
새벽을 엮으시는 그리운 님
막둥이는 정원의 따스한 봄 햇살에 겨운 듯
이골 저 골 돌아 눕다
부딪혀 오는 포근함이
그리운 님 품속 마냥 세상모르고
떠나는 길목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입 언저리 말 못 할 사연을 못다 하고
마주하는 길목에선
사랑하는 이에게 그리움에
가득 찬 눈 길 한 번도 외면하시던 그리운 님
그 그리운 님을
아직도 새벽이 오기 전 나의 사랑하는 그 님을
배웅하고,
마중하며,
예전처럼 말 못 할지라도
여명의 얼굴을 가득 안고서
오늘도 채비를 나선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