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 사계의 노래

by 갈대의 철학

바람의 노래
- 사계의 노래


시. 갈대의 철학



1월의 그대는,
산이 좋아
상고대에 바랜 눈꽃을 사랑하였다네

2월의 그대는,
그 빛바래 떨어지며
쌓인 눈꽃의
그 긴 겨울이 다가감을 슬퍼하였으며

3월의 그대는,
꽃 피고
새우는 그날에 쌓인
차가운 햇살 언저리에 매섭게 얼어붙은
매화의 불의에 굴하지 않는
말 못 할
그리운 기억에 늘 마음 아파하였고

4월의 그대는,
그 한해
녹아 떠나보내지 못함을

애써 태연히 감춰버린
비 내리는 봄비에 녹는 마음이어라

5월의 그대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잔인한 4월이 지나가고,
늘 푸르름에 목이 메어 가슴은

늘 황량하다 못해
말 못 할 사연들을 가슴에 품었으며

6월의 그대는,
지난겨울,
봄에 맺힌 두 눈의 이슬이 어느새
계곡의 협곡을 지나 바다에 이르렀나니

7월의 그대는,
비록 거처하지 않아 보이지 않는
너만의 깊디깊은 고운 자태에
은은한 향내는 일찌감치

저 멀리 저버린 채 품어내는
“란”의 화사한 풍음처럼 가득하여라

8월의 그대는,
작렬하는 그늘 태양 아래서
언제나 정열과 열정을 숨길 수 있는 그대는
구름을 몰고 다니고
내게 필요함과 절실함에 몸이 베어

언제나 비와 구름으로 떠나보낼 수 있다 하며

9월의 그대는,
사랑의 기다림으로 그리움을 잉태하였고,
그 그리움의 기다림으로
내 너를 맞이하였으니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너의 품에 안기우는 나는
이슬이 승화되어
이 모든 것을 안고 사랑하는 그대는
진정한 사계절의 여왕이어라

10월의 그대는,
잊혀진 성에서
늘 품을 그리움만 남겨두고

태양이 떠난 그자리에는

언제나 그대의 마음은 단풍과 같은 마음이어라

11월의 그대는,
이 모든 것들을 떠 날 채비를 서두르며,
겨울성의 마력으로 빠져드니

12월의 그대는,
하얀 설원의 감추어진 순수를 저버리고,
깊고 깊은 수면의 동면의 나락으로 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