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세상

- 토사구팽(兎死狗烹)

by 갈대의 철학

똑똑한 세상

- 토사구팽(兎死狗烹)


시. 갈대의 철학


강호 영웅호걸들로 넘쳐나는데

현세에는 용두사미에 사두용미 만이 득실대는구나


지혜로운 이들은 눈을 씻겨 어딜 보아도 찾아볼 수가 없는데


이구동성 바다라고 하면 뫼 산이라고 하고

뫼 산이라고 하면 바다라고 하니


어디를 두고 이 발길을 옮기고 떠나라

현자들은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저

세속에 묻혀서 호시탐탐 기회만 보려는지

속세를 떠나고 싶어서 숨어 지내야만 하였는지


맞는 구슬이 꿰어지지 않아서 인가

맞지 않은 구슬을 억지로 꿰어야 했어야 옳았는가


세월 속에 잊혀보게나

그렇지 않다면

혼자 떠나려거든 마음만이라도 남겨두고 떠나보세


그리운 날이 오면

떠날 때 떠나고 잊힐 때 잊히더라도

가슴 한편에는

처음의 시작된 마음이 있었던 것에 위안을 삼고


보고픈 날이 오면

마음 저편에는

끝의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에

회한도 두지 말며 떠나보는 게 어떤 한가 말일세


그것이 인생이고 삶의 오역(五逆)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지나온 것에 씁쓸한 웃음도 지을 수 있는

천하의 태평성대가 올 거라 즐겁게 웃음도 지어보고 말일세


한쪽 가슴에는 시린 마음을 담고

또 다른 가슴에는 여린 마음을 담아보세나


그래도 우리들 사이가 좋았었을 때

호형호제하며 말없이 조용히 등짝을 두드리며

어깨동무하며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잖는가


세상이 아무리 기고 날뛰어 가고 돌고 돌아가는

이치라고 하지만은


내게 남은 마지막 살 한 점을

저 배고픈 개와 승냥이, 늑대에게 건네주게나


그래도 혹시 아는가 말일세

내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도 구기지 않을 수 있게 할 수 있을는지


서로의 등살에 서로가 뜯고 뜯기어 제살 깎아 먹듯이 하니

남는 것은 뼈다귀만이 남아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게 되었구나


그대 두 눈을 바라보면

어느새 촉촉이 젖은 눈시울이

금세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터질 것만 같아서

가득히 글썽이는 두 눈망울이 그립고 아련해지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은 예전처럼

그대에게 그대로 젖어있었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