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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30. 2022

안개비

- 안개 바람

안개비

- 안개 바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새벽 밤하늘 별들이 내려앉은

고요한 안개 숲 속 길을

나 홀로 걸었네


별빛이 내려앉아야 할 곳에

그날의 안개는 태양을 가둬버린 채

잠들게 하고 말았다


태양이 떠오르기 전

부스스 어설픈 잠에서 깨어난 밤하늘

그믐 달빛은 더 이상

빛의 어머니가 되지 못하였다


별빛이 안개비 되어 내리던 날

새벽이슬에 떠나온

한 별자리를 기억하는 이가 있어

 

가로등 불빛조차 비추지 못한 채

길을 나서는 마음은

새벽을 인도하는 그들도 모두

눈먼 장님이 되어

나의 갈 길을 잃어버린다


바람 따라 흘러가는 안개비에

내 마음도 따라 안개 바람 타고

길을 나서고 말았네


나의 가슴에 적셔오던 안개비는 

떠나간 그리움에 대한 안개 바람

심금을 울리며 적셔오는 안개비 되고


안개가 걷히는 날에는

새벽 찬이슬에 젖어버린 채

함께 내린 안개비는 안갯속에 방황한 나를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일 년 초의 기억들만 남게 할 뿐


단지,

젖어버린 채 헝클어진 머릿결만이

그날의 추억을 기억하게 하고

태양이 잠에서 깨어난 날을

회자하게 한다


2022.9.30  안개가 걷히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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