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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06. 2022

두 개의 달

-  두 개의  마음

두 개의 달

-  두 개의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믐이 다가오면

치악산 비로봉 동쪽 밤하늘에

섬강에 비춘 달이 떨어져

두 개의 달이 떠내려 온


바람 숲이 일어나지 않던

옥산 강에 드리운 달빛이 드리 치지 않는 날

일찌감치 수심에 잠겨버린

섬강에 떠내려온 두 갈래의 강줄기에

두 마음을 훔쳐 떠내려 간다


여울살에 떠밀리고

협곡과 바위의 순연에

타협도 이루지 못한 채

오직 내려가는 길만 있을 뿐

다시 오르지 못할 운명이 되어간다


나의 달은

오랜 물살에 이리저리 깎이어

어느새 내 마음도

밤하늘에 떨어진 저 달처럼

그렇게라도 둥근달이 둥근 마음을

만들어 가는 줄 알았지


그래도 서운치 않은가 보다

서로가 필요로 할 때 떠오르고

떠내려 갔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두 개의 달은

서로 연민의 달이 되어간다


보름달 일 때 나타나지 않던 달이

스스로 밝은 빛을 내주던 날에

그믐달에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올 것을 예감하며 기다리기에

아마도 저 두 개의 마음을 지닌 달이 뜨면


동쪽의 마음도

서쪽의 마음도

저 유유히 흐르는

강물 따라 달빛에 떠나는

 길의 마음이 되어가더라


2022.10.1 시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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