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와 만추
- 입동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렇게 가을바람 한 점에
떨어지고 싶지 않았는데
불어오는 찬바람에
작은 옷깃을 여미며
겨울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는데
내 마음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밤샘 차갑게 반짝이는
별빛 나린 들녘에는
너의 마음을 대신해 줄
용기도
사랑도
미움도
슬픔도
기쁨도
미련도
인내도
노여움도
설움을 가득히 달래줄
서리가 대신해서 내리고
이윽고 서리꽃이
피기 시작하였더구나
잠시 머무는 마음도 없이
떠오르는 것에 의지도 못한 채
금세 떠오른 햇살에
하얗게 분가루 뿌리듯
하늘 높이
하늘보다 더 멀리 날아가
밤하늘 별빛이 되어 맺히고
찬이슬 서리 맞으며
새벽을 이고 떠나는 이의 마음에선
늘 서리가 별빛 인양하며
오늘도 여명의 길을 나서고 있네
2022.11.5 찬서리 맞으며 만추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