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농부의 일기
- 어느 농부의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계절 따라 노니는 철새야
네가 멀리 따뜻한 남쪽나라로
떠나니
이 한겨울에 나는
네 오기만을 기다려
떠나간 마음이 아직도 미더운 탓에
눈 덮인 들녘을
혹시라도 남아있을
떨어진 볍씨 나락 한 섬을 찾는다
하여 미련남아
예년에 나락 볍씨 한 톨 떨어져
이듬해 아지랑이 불어오는
산들바람이면
네가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지 않아도 되니
새싹이 어찌 기다림에 못 미쳐
일찍 태어났어야 하는 사연을
마다하지 못하는 마음이
되어가려는가
마냥 돋아나는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들은
때에 따라 자연스레 닮아갈 터인데
농부의 마음이 되어가는 것이
어떠하겠소
그날이 오면
나는 아직도 못다 쓴 편지에
씨 뿌리고
파종하고
모종도 하기 전에
갑자기 불어온
서늘한 바람정도는
그냥 넘어가는 아량의 베풂을
이해할 수 있다 하여이다
2023.1.1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