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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29. 2023

추운 날엔 능이백숙

- 행복은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추운 날엔 능이백숙

- 행복은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화덕에 불 피워라


우물가에 얼음을 깨고


두레박을 던져 올려


댕기머리 고깔 적삼저고리에


똬리 꼬리 입에 물고


물동이에 물을 기르는 아낙네여


가마솥에 물을 부어주소



어이 저기 남정네야


장작을 패시게나


이 장작을 어서 패어


우리 엄니 아버님 저녁  식사 드시게



한겨울 따뜻한 방에


군불 넣어 화덕에 불 쑤시게 넣어


우리  귀여운 손주 달짝지근


군고구마 구워주게



화덕에 불지 펴라


아이야 땔감은 노년에 있으니


재너머 하얀 머리숱에


덥수룩하게 수염이 기다랗게  


뙤리를 튼 한 노인네를 모셔오너라



그분의 힘은


아직도 노새를 끌 여력이 남은


백수 노병의 일기를 기억하니


아이야 이제는


땔감은 그만 거두어 두시게나



화룡점정에 불 타오르네


타오른다. 타오르네



그대의 사랑은


불타오른 덕에


마지막에 이글 지글 끓어오르는


그대의 마음을 투척하는 것이라네


2023.1.28  시골에서 능이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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