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흐드러질 때
- 나는 떠날 용기가 없어요
낙엽이 흐드러질 때
- 나는 떠날 용기가 없어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낙엽이 흐드러질 때
나는 떠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낙엽이 질 때와
떨어질 때의 차이
낙엽이 쌓일 때와
떠나갈 때의 차이
그 차이를 알면
나는
사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을 테다
밭고랑이고
논고랑 일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유수히 흐른
유구한 세월 탓에
곳곳에 패인
떨어지는 낙엽의 상처는
낙엽이 다시 덮는다
퇴적되어 쌓여가는
훗날 너에게
거름이 될 마음이 되어가듯
이른 봄에
다시 태어날 사랑을 꿈꾸다
2023.11.4 치악산 금대트래킹